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는 너무도 확실하고 분명해

왕정숙 승사(1) / 기장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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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저는 1925년 황해도 겸이포에서 6남매 중 넷째 딸로 태어났습니다. 장로교회 목사이신 아버지를 따라 가족들 모두 교회에 다녔으며, 어머니는 평양 숭의여학교에서 공부하신 분으로 자식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습니다. 저는 스물한 살에 서울 중앙대학교에 입학해 심리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교편을 잡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제 지식으로 전도관 교인들의 은혜 체험은
‘환상’과 ‘환청’이라 생각했으나 어느날 불현듯 내가 아는 것만
옳다고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러던 1955년경 서울에서 지낼 때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날 거리를 걸어가던 중에 “불의 사자 박태선 장로 심령 대부흥대회”라는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당시 저는 교회에서 목회자의 거만한 태도를 보고 교회에 나가기가 싫었던 때여서, ‘박 장로님이라는 분은 어떤 분이실까?’ 하며 집회에 한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도 집회하신다는 소식을 종종 들으면서 참석해 보고 싶던 차에, 서울 제2운동장에서 박 장로님 집회가 열린다고 하여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천막이 가설된 집회장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와서 모두들 손뼉을 치며 열심히 찬송을 불렀습니다. 저는 자리에 앉지 않고 좀 떨어진 곳에 서서 구경하는 마음으로 바라보던 중에, 준비 찬송이 끝나고 드디어 박 장로님께서 등단하셨습니다. 장로님이라고 하여 제가 상상하기엔 흰 모시 두루마기 차림에 연세가 좀 있으신 분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말쑥한 정장에 키가 훤칠하신 젊은 분이셨습니다. 박태선 장로님의 제일성(第一聲)은 “마음 문 여세요!” 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리고 단상 위의 책 받침을 들어 꽝 하고 내려치시자 책 받침이 쫙 갈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참 이상도 하네.’ 장로교회에서 엄숙한 모습을 강조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다음 날도 구경하듯 집회장에 간 저는 갈라진 책 받침을 천으로 휘휘 감아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 후 가을에 다시 제2운동장에서 집회가 열렸을 때 참석했다가, 추운 날씨와 불어오는 흙먼지를 견디기가 힘들어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집회에서 뵈었던 힘찬 음성과 모습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그 후 저는 광주여고에서 근무하며 친구 집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겨울방학 동안 서울에 갔다가 집에 온 날이었습니다. 저를 기다리던 친구가 현관까지 나와서는 “정숙아! 너 박태선 장로님이라는 분을 아니?”라고 묻기에, 저는 무척 반가워서 “그럼! 알고말고. 왜? 그분이 광주에서 집회하신대?” 하며 되물었습니다. 친구가 하는 말이, 박태선 장로님께서 ‘광주전도관’을 세우시고 자주 집회를 하시는데, 그날 저녁에 오신다며 같이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친구와 저는 전도관의 문정덕 집사님(작고)을 따라서 조선대학교 근처 광주전도관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때가 1957년 1월이었습니다.

그날 박 장로님께서는 기성교회의 ‘절대 예정’이 모순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영원 전부터 구원받을 사람이 예정되었다.’라는 예정설에 따르면, 천국에 가도록 예정된 사람은 술망나니로 살아도 천국에 갈 것이며, 평생 동안 진실하게 신앙생활을 했어도 지옥으로 예정된 자는 지옥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장로교회에 다녔던 저로서는 난생처음 듣는 말씀이었습니다.
예배를 마친 후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할렐루야!” 하며 영광을 돌렸는데, 그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왜정(倭政 : 일본이 침략하여 강점하고 다스리던 정치) 말기와 해방을 맞이하여 어떤 행사가 끝나면 으레 만세 삼창을 불렀지만,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열성적으로 힘차게, 진심을 다해서 외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저 또한 두 팔을 들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릴 때 참으로 가슴 벅차고 감격적이었습니다.

이후 문 집사님과 다른 교인 분들이 은혜를 체험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주셨습니다. 이슬같이 내리는 은혜를 보았다, 불성신을 받았다, 형언할 수 없이 향기로운 냄새를 맡았다 하며 열심히 이야기하셨지만, 저는 유별나게도 그 이야기를 믿지 않고 나름대로 해석을 했습니다.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제 지식으로는 ‘무엇을 열심히 보려고 할 때 환상(幻像)으로 볼 수도 있고, 열심히 들으려고 할 때 환청(幻聽)으로 들을 수도 있게 된다.’라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이런 생각이 제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내가 아는 것만 옳다고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일까? 실제로 보고 직접 체험한 분이 증언하는데, 나는 전혀 알아본 바가 없으면서도 내 지식만 고집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태도다.’ 은혜 받은 이야기를 무조건 외면할 것이 아니라 바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새벽예배에 빠짐없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는 새벽예배를 드릴 때 좋은 향기가 맡아지는 동시에 마음속까지 아주 맑아지는 것이었습니다. 한아름 되는 향기를 확확 들이붓는 것처럼 진하게 맡아졌습니다. 저는 그런 향기를 상상하지도 못했고 더욱이 맡으려고 한 적이 없었기에, 제가 갖고 있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 주시는 은혜는 희미한 것이 아니라 확실하고 분명한 것이었고,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태로부터 예수를 믿었다고 하지만 어디서도 들어 본 적이 없었던 은혜를 현실에서 사람이 직접 체험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또한 성경에 기록돼 있으나 그 뜻을 알지 못했던 ‘동방의 한 사람’과 ‘감람나무’에 관해 분명히 밝혀 주시는 말씀을 들으며 차츰차츰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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