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인류, 오래전부터 기록과 표현을 남겼다

발행일 발행호수 2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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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과 물품 수량, 의식 관련 기록 추정…초기 인류의 집단생활 흔적 가능성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동굴에서 발견된 손 스텐실 벽화, 약 6만 7,800년 전 제작

인류가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는 약 5천 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 4만 년 전에도 인류가 기호를 이용해 정보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독일 자를란트 대학교의 언어학자 크리스티안 벤츠 교수와 베를린 선사시대 및 초기 역사 박물관의 고고학자 에바 두트키에비치 연구팀은 구석기 시대 유물 260점에 새겨진 3,000개 이상의 기호를 컴퓨터 분석으로 조사했다.

빙하기 시대 사람들은 도구나 상아로 만든 작은 조각상에 점과 선, 십자 모양의 기호를 반복해 새겼다. 분석 결과, 이 표식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일정한 규칙을 가진 배열로 확인됐다. 특히 정보량, 즉 정보 밀도가 기원전 3,000년경 등장한 원시 쐐기문자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이 기호들은 주로 독일 남서부 슈바벤 쥐라 지역의 동굴에서 발견됐다. 약 3만 8천 년 전 제작된 ‘경배자’ 상아 명판에는 사람 형상과 함께 점과 홈이 줄지어 새겨져 있으며, 포겔헤르트 동굴의 매머드 상아 조각과 ‘사자 인간’ 조각상에서도 일정한 간격의 표식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의도적인 기호 체계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초기 문자 체계에 가까운 구조를 지닌 이 기호들은 같은 모양이 반복되지만, 말소리를 직접 나타내는 문자는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기록된 내용은 사냥이나 물품 수, 의식과 관련된 정보 등 집단생활에 필요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인근 무나섬의 석회암 동굴에서는 약 6만 7,800년 전 만들어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 벽화가 발견됐다. 손을 벽에 대고 색을 뿌려 윤곽을 남긴 손 스텐실 형태로, 과학자들은 ‘우라늄 계열 연대 측정법’을 이용해 제작 시기를 확인했다. 이전에 알려진 동굴 벽화보다 최소 1만 5천 년 이상 오래된 것으로 밝혀졌다.

동굴에서는 서로 다른 시기의 그림들도 발견돼, 사람들이 오랜 기간 같은 장소를 찾아 그림을 남겼음을 보여 준다. 특히 이번 손 그림은 손가락 끝이 갈고리나 발톱처럼 표현돼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연결된 존재라는 인식을 반영했을 수 있다고 해석한다.

이번 발견은 초기 인류가 그림과 기호를 통해 생각을 표현하고 정보를 기록한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보여 준다. 또한, 술라웨시 동굴 벽화는 인류가 6만 5천 년 이전 이미 이 지역에 존재했음을 시사하며, 북쪽 경로를 통해 뉴기니로 확산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수만 년 전 남긴 손 그림과 기호는 인류가 기록과 표현 문화를 오랜 시간 발전시켜 왔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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