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정권의 과제
지난 26일 일본의 새 총리에 ‘아베 신조’ 씨가 선출됨으로써 ‘아베 정권’이 공식 출범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 노선의 계승을 다짐한 아베는 역대 총리 중에서 가장 우파적 성향이 농후한 정치인으로, 그의 역사 인식이 정책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한일 관계는 또다시 긴장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의 5년간에 걸친 ‘개혁’은 한국과 중국 등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 하에 있던 나라들에는 미래로의 전진이 아니라 과거로의 후퇴를 의미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역사 교과서의 왜곡 문제,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을 가지고 우리와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던 것이다.
아베 총리는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으로 일본은 영원히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시한 평화헌법 제 9조를 개정하고,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고이즈미 전 총리보다 한 층 더 ‘강한 일본’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는 인물이다. 이러한 아베 총리의 행보는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는 것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동북아 군비경쟁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낳게 할 것이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의 전범들을 추모하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가 하면 정부 검인정교과서를 통해 일본의 전쟁기록을 호도하여 불필요하게 한국과 중국 등 인접국들의 반일감정에 불을 질렀다”고 밝히고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언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과거를 얼버무리는 것을 넘어서서 일본의 전범들을 재판했던 도쿄법정의 정당성까지 문제를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일본이 과거의 잘못들을 인정해야만 힘을 바탕으로 한 외교정책이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과거의 침략 전쟁에 대해서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결국 이웃 국가들과의 긴장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뉴욕타임스는 “아베 새 총리는 과거의 실정을 대담하게 버릴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고 “고이즈미 전 총리가 되풀이한 도발적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중단한다고 선언하는 것이 이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앞에 진실하고 과거의 실정을 버리라는 두 신문의 충고는 일본 국민과 지도자가 과거의 침략 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회개하고 반성하여야만 비로소 이웃 나라들과 국제사회에서 존중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과거에도 여러 번 일본이 그 경제력에 비해 글로벌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했으며 과거의 침략행위에 대해서도 나치의 만행에 대해 무릎 꿇고 사죄하는 독일 국민의 진실한 반성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해 왔다. 아베 정권이 과거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의 인식 위에서 출발할 때 ‘가깝고도 먼’ 한일 양국은 비로소 미래 지향적인 자세로 새로운 관계를 탐색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