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神父)들의 아동 성추행 범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5일 미국을 방문하는 길에 가톨릭 성직자들의 성추행과 관련, ‘상처 치유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가톨릭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이 전 세계적으로 자행되어 가톨릭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시점에 가톨릭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해 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한국에서도 신부에 의해 다수의 유아들이 성폭력을 당한 사건을 해결하고자 피해 아동의 부모들이 교황에게 탄원서를 보낸 사실이 있었다. 그 내용은 2003년 4월 부산시 문현동 소재 성당 부설 유치원에 다니는 다수의 유아들이 신부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이 강구되지 않고 있으니 교황이 선처해 달라는 것이었다.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은 밤에 악몽을 꾸고, 자다가 일어나 울고 소리를 지르고, “괴물 저리가”라며 괴로워하였으며 신부가 자신의 몸을 만지고 아프게 하였다고 하면서 신부의 사진을 가리키며 신부가 가해자임을 지목하는 등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1950년 이후 1만4000여건의 가톨릭 성직자 성추행 관련 소송이 제기됐는데, 고소한 것이 이 정도라면 실제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은 그 몇백 배에 이를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존 거간’이란 천주교 신부는 지난 30여년 동안 무려 130여명의 소년을 성추행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세상을 아연케 했으며 그동안 천주교측이 피해 아동들과의 성추행 합의보상금으로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을 지출하여 미국의 3개 주교구가 파산을 당했다는 것이다.
신부들의 성추행 사건은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속성상 피해 사실이 제대로 드러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명백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다투어 봉합해 왔을 뿐 아니라 로마 교황청이 사제들의 성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해왔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밀문서까지 최근 폭로됐다. 교황의 인장이 찍혀 있고 전 세계 추기경에게 보내진 이 기밀문서는 교회내 성추행에 관해 철저한 비밀에 붙일 것과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는 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파문당하게 될 것임을 명시하고 있어 ‘신부들의 성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교황청의 국제적 음모를 증명하는 사기와 은폐의 청사진’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므로 교황이 아무리 ‘화해와 치유’의 제스처를 보여도 그것은 범죄 사실을 덮고 범죄를 계속하려는 한낱 분장술(扮裝術)에 불과한 것이라고 세계의 인식을 불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혜진 예슬양의 납치, 성폭행, 토막 살인사건으로 어린이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 온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이 때, 종교의 이름을 걸고 자신을 따르는 아동들을 성추행한 신부들의 죄질은 혜진 예슬양 납치 살해범보다 더욱 나쁜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며 어쩌다 종교가 이 지경까지 타락했나 하는 탄식을 금할 수가 없다. 가톨릭은 아동 성추행 범죄자들을 더 이상 그 위장의 망토 안에 숨기려 하지 말고 하루속히 온 세상에 범죄 사실을 고백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