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산 오이

발행일 발행호수 2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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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해서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장출혈성 대장균(EHEC)이 미국, 폴란드 등 다른 나라로 확산되면서 지구촌이 식품 공포증에 빠져들고 있다.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이 균에 감염되면 장기에서 출혈을 일으키고 마침내 사망에 이른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스페인산 오이가 대장균의 발원지라고 지목하는 바람에 그 오이는 졸지에 염소 밥이 되더니, 과학자들이 이번에는 독일산 야채가 원인이라고 했다가 그것도 아니라고 하는 등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대장균의 감염 원인과 경로는 끝내 규명되지 못하고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 로버트 톡스 박사는 “이 변종 박테리아가 사상 최대의 사상자를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이나 병균의 출현 속도를 현대 과학이나 의학은 따라잡지 못할 뿐 아니라 완전한 해결책을 내놓지도 못한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하나의 질병을 극복하면 전연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는 것이다. 과학이 천연두나 흑사병, 콜레라 같은 고전적 질병은 제압했으나 암이나 에이즈 같은 현대의 불치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이 인간을 모든 질병으로부터 해방시켜 무병장수의 시대를 열어줄 것이라는 학자들의 이론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알 수 있다.

건강 식품이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을 보고 이 땅의 식품이라는 것의 아이러니를 생각해 본다. 즉 흙에서 나는 모든 것은 그것이 아무리 건강식품이라 해도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썩고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산소 없이는 인간이 살 수 없지만 결국은 산소 때문에 만물이 노화(老化)하고 녹슬어 없어지는 것과 같다. 그것은 죄의 값을 치르기 위해 이 지구에 태어나 형벌을 받는 인류의 슬픈 숙명이라고 하겠다. 아무튼 형벌 속의 인류라 할지라도 신의 치유의 손길이 가미되어 난치병들이 극복될 수 있기를 기도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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