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세요’

발행일 발행호수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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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난 모 추기경의 1주기를 맞아 사람들이 그를 기념하는 미사를 드리고 그의 묘소를 찾아가 참배하는 등 추모의 열기가 식지않았다는데 사람들은 특히 그가 유훈으로 “여러분,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남긴 것을 두고 과연 ‘사랑의 천사’ 말씀답다고 생각하여 더욱 감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이런 유의 말은 사람들을 약 오르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특히 종교인이 이런 말을 한다면 위선적이라고까지 할만 하다. 속에는 미움밖에 없는데 사랑하라고 하니 약 오르는 것이요, 종교의 본질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미워하는 마음을 없이 해주는 대신 사랑하는 마음이 샘솟게 하는 것인데 그렇게는 못해주면서 말로만 “사랑하세요”라고 하니 위선이 되는 것이다. “사랑하세요” 한다고 하여 서로 사랑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굶어죽는 사람에게 그림 속의 떡을 주며 배불리 먹으라고 한들 배가 불러지는가?

서로 미워하면서도 사랑하려고 노력하라는 것이 무엇이 나쁘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랑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은 수양(修養)과 철학의 경지이지 종교인의 할 일은 아니다. 종교와 종교인의 사명은 “사랑하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미움이 사라지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넘칠 수가 있게 하느냐를 고민하고 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랑’ 대신에 ‘증오’만이 넘쳐 나는것은, 말로만 “사랑하세요”를 외치는 종교인들의 위선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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