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십자군

발행일 발행호수 2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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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노벨평화상의 나라 노르웨이에서 전무후무한 처참한 테러가 발생하여 지구촌을 전율케 했다. 범인은 알카에다 테러조직이 아니라, 기독교 근본주의자로 알려진 노르웨이 청년으로 범행 목적은 이슬람으로부터 서구의 기독교 문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 했다. 그는 인터넷에 올린 ‘선언문’에서 자신을 이슬람과 맞서 싸우는 ‘성전 기사단’이라고 했다. ‘성전 기사단’은 중세에 붉은색 십자가가 표시된 흰색 겉옷을 입고 기독교 성지 수호를 위한 전투에 앞장섰다는 단체이다. 기독교에서는 노르웨이 테러범이 십자가가 그려진 ‘성전 기사단’의 복장을 하고 십자군 전쟁의 광기를 부린 것에 대해 “범인의 말만 듣고 기독교를 폭력적 종교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라고 극구 변명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기독교는 남을 해하는 종교가 아니며 남을 위해 사랑하고 봉사하는 것을 덕목으로 삼는 종교”라고 했다.

그러나 테러범이 표방한 십자군 전쟁의 역사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주 예수 그리스도가 명하신다. 그 땅으로 가서 이교도와 싸워라. 그곳에서 목숨을 잃는다 해도 너희의 죄를 완전히 용서받게 될 것이다. 신께 부여받은 권한으로, 나는 여기서 그것을 분명히 약속한다.” 1095년 교황 우르바누스 2세의 터무니 없는 연설로 촉발된 십자군 전쟁은 교황권을 확장하려는 교황의 야망과 서유럽 영주들의 욕망에 대중의 신앙적 광기까지 뒤얽혀 장장 200여년간 지속됐다. 이 기간 동안 벌어진 처참한 유혈극은 모두 십자가로 표현된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것이었다. 광기의 신앙과 이교도에 대한 증오심으로 뭉쳐친 십자군 병사들은 여자와 아이들까지 무차별 학살했던 것이다.

중세의 십자군 전쟁에서부터 노르웨이 테러범에 이르기까지, 십자가의 사랑과 관용의 표어는 위장된 것이었다면 지나친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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