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의 성학대와 권력 남용 실태
프랑스·호주 수녀회, 고립과 통제
신체적, 정신적 학대 증언 이어져
전 세계 가톨릭 수도회와 수녀원에서 수십 년간 이어진 성학대와 권력 남용 실태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어린 기숙생을 상대로 한 성폭행부터 수녀들에 대한 장기간의 통제와 학대까지 피해 사례가 다양하다.
- 프랑스 라발 수녀원, 성폭행 혐의로 집단 소송
프랑스 라발의 생트 도미틸 수녀원은 1940년에서 1971년 사이 어린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혐의로 집단 소송에 휘말렸다.
피해자 FS(이니셜)는 자신이 수녀원 기숙생으로 지내던 시절 이베트 수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1967년 부모의 이혼 이후 여동생과 함께 위탁 생활을 하다 1970년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수녀원에 맡겨졌다. 수녀원에 도착한 직후 FS는 외부와 철저히 단절됐으며, 3개월 동안 가족이나 친지의 방문이 허용되지 않았다.
FS에 따르면 성폭행은 1970년 크리스마스 직전 시작돼 이후 정기적으로 반복됐다. 이베트 수녀는 이 사실을 누설할 경우 방문 및 외출 특권을 박탈하겠다고 위협했다. 기숙생들은 이베트 수녀를 비롯한 수녀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침묵의 규율에 시달려야 했고, 계단, 복도, 기숙사에서 말하는 것이 금지됐다. 심지어 화장실 이용조차 수녀의 감시 아래 무리를 지어 다녀야 했다.
성인이 된 뒤 침묵을 깨고 집단 소송에 나선 FS는 “죽기 전에 내가 겪었던 지옥에서 벗어나야 했다.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법률 대리인 측은 FS가 비금전적 손해배상과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포함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 파리 몽마르트르 베네딕트회, 40년 넘는 강압 통제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르의 베네딕트회 수녀원에서도 장기간의 강압적 통제와 학대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24년 수도회 자체 의뢰로 작성돼 2026년 1월 15일 발표된 보고서는 2016년 사망한 전 원장 수녀 마리 아녜스 수녀의 학대 행위를 폭로했다.
보고서에는 1,489건의 폭력 사건이 기록됐다. 수녀들은 가족과 단절된 채 원장 수녀에 대한 개인 숭배를 강요받았다. 특히 음식과 체중 관리는 수녀원장의 통제 정책의 핵심이었다.
한 수녀는 “우리는 외모까지 그녀와 같아야 했다. 이는 모든 수녀들이 체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의 체중은 정기적으로 측정됐다. 체중이 늘어나는 것이 수녀로서의 소명의 징표였다”고 회상했다.
수녀들은 불균형한 식사와 과도한 약물을 강요받았고, 의료 처방도 의사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됐다. 기본적인 위생용품조차 제한됐으며, 사생활 침해가 일상화됐다. 어린 나이에 모집된 이들은 충분한 경험이나 판단 능력이 형성되기 전 심리적∙신체적∙재정적 피해를 동시에 겪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우리는 양심의 가책을 받았고, 고해성사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누군가 엿듣는 식이었다”고 회상했다.
보고서는 “수도회는 수녀들의 재산을 정식 수녀가 되기 전부터 장악했다. 일부 자산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유용되고, 소유자의 동의 없이 은닉된 사실이 드러났다. 은행 계좌와 예금 통장이 비워졌고, 상속 재산이 압류되었으며, 여러 차례 은밀하고 정기적으로 전달된 현금 봉투가 오간 정황도 확인됐다. 일부 사제들과 평신도들의 눈감아주기, 귀막기, 심지어 공모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한 수녀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캐나다 CTV)
- 호주 멜버른 카르멜회, 60년 수도 생활 끝 억압 고백
호주 멜버른의 카르멜 수도원에서 60년을 보낸 메리 휴스(78)도 수도원 생활의 억압적 실태를 고발했다. 그는 17세 직후 수도원에 입회했으며, 뉴사우스웨일스주 카르멜 수도원의 원장직까지 올랐다. 그러나 휴스는 최근 조사에서 수도회가 자신의 순수함과 독실한 신앙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휴스는 수도원 환경을 “삶에서 인간성을 앗아가는, 짓누르고 통제적인 환경”이라고 표현했다.
입회 초기부터 가족과 단절됐고, 우편과 방문은 엄격히 검열됐다. 수녀원 내부에서 친밀한 관계 형성도 장려되지 않았다. 수녀원 생활은 철저한 규율과 복종, 은밀한 비밀 유지가 요구되는 구조였다. 젊은 수련 수녀들은 수녀장과 간부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공연을 해야 했으며, 작은 실수에도 수녀장의 발치에서 바닥에 엎드려 굴복해야 했다.
그녀는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감정적인 어떤 것도 쓸 수 없었고,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어떤 비판도 할 수 없었다”며 “1970년대 중반까지 수녀들과 수련자들은 사순절 기간 동안 자기 채찍질과 고행을 수행해야 했으며, 이를 위해 채찍과 철사를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또 “고통과 불편함은 미덕으로 여겨졌고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로 간주되었으며, 진통제는 거의 제공되지 않았다. 생리대나 칫솔 같은 기본적인 물품조차 허락받아야 했던 것이 굴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휴스는 자신의 동의 없이 수녀원 공동체가 운영하는 회사의 이사로 등록됐다고도 밝혔다. 재무 담당자로 임명됐지만, 재무 자료를 볼 수 없었고, 실제 권한이나 교육 없이 재정 관리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기본적인 자유와 선택권이 박탈된 환경에서 수십 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휴스는 수녀원에서의 학대를 가능하게 한 여러 고위 교회 인사들을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