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연장의 꿈, 결코 이뤄질 수 없나… “100세 시대 힘들다”
인간의 수명 연장 한계에 도달
신약․신기술 등장하지 않는 이상
100세 시대 기대할 수 없어
작년 5월, 젊음을 위해 친아들의 피를 수혈받은 미국 억만장자의 이야기가 주목받은 적이 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브라이언 존슨은 45세의 몸을 18세의 몸으로 돌려놓기 위해 매년 200만 달러 이상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젊음을 위해 6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젊은이들의 혈장을 기증받아 수혈했으며, 이 과정에서 17세 아들의 피를 수혈받기도 했다.
그러나 몇 달 후 브라이언 존슨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젊은 사람의 혈장을 수혈한 결과 아무런 이점도 얻지 못했다”며 수혈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도 ‘수혈의 노화 방지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브라이언 존슨은 수혈은 중단했지만, 혈액에서 혈장을 분리해 유해 물질을 제거하고 다시 혈액 속으로 주입하는 혈장교환술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지만, 인류의 기대 수명 증가가 한계에 부딪혀 ‘100세 시대’가 어려울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 1990년 이후 수명의 증가 속도 둔화
미국 일리노이대의 제이 올샨스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0월 7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 노화(Nature Aging)’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극적인 변화가 있지 않고서는 인간 수명의 증가 속도가 급격히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미국, 한국, 일본, 프랑스 등 10국의 1990~2019년 기대 수명 데이터를 조사하여 분석했는데, 그 결과 1990년 이후 모든 국가에서 기대 수명 증가 폭이 둔화되었다. 특히 2010년 이후에 그 추세가 더 심해져서 2019년에 태어난 사람 중에서 100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되는 비율은 여성 5.1%, 남성 1.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의 기대 수명은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50세를 넘지 못했다. 당시에는 100년 동안 평균 1년 늘어나는 수준에 그쳤던 기대 수명이 20세기 공중 보건 의학의 발전과 함께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20세기 들어 기대 수명이 10년마다 3년씩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00년 들어 많은 국가의 기대수명이 80세에 육박하면서 인류의 기대 수명이 100세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의 예측을 뒤엎는 내용이다.
■ 이번 세기 안에 수명 연장은 불가능
특히 기대 수명 증가세가 둔화된 국가는 미국이었는데, 그 이유로 연구팀은 약물 과다 복용, 총기 사건, 의료 서비스의 불평등을 꼽았다. 한국과 홍콩이 미국보다 기대 수명 증가 폭이 큰 이유로는 경제 성장과 담배 규제 등을 들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21세기에 수명이 크게 연장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올샨스키 교수는 영국 가디언에 “지금은 영유아와 어린이, 가임기 여성을 더 많이 살림으로써 기대 수명을 크게 늘렸던 과거와는 다르다”며 “60~80세 인구를 더 오래 살게 하려는 ‘노화와의 전쟁’은 이제 기대 수명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결국 생물학적 노화를 늦출 신약이나 신기술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기대 수명이 예전처럼 큰 폭으로 늘어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 노화를 늦추기 위한 인간의 노력
다만 노화를 늦추거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 하버드 의대의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염색체에서 노화를 유발하는 텔로미어(말단 소체)의 길이를 길게 유지할 수 있다면 노화 방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본 교토대 야마나키 신야 교수는 쥐의 피부 세포에 유전자 조절 단백질을 삽입해 노화 세포를 정상 세포로 전환하는 연구로 2012년 노벨상을 받았다.
올샨스키 교수 연구팀은 인류의 기대수명 연장을 위해서는 각국 정부의 보험 정책 변화와 은퇴 계획 수정 등 광범위한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