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초록 개구리’ 전시

발행일 발행호수 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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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모독 논란 속 예술의 자유
과거 교황의 지적 이후에도
박물관 그대로 전시 유지·재공개

십자가에 못 박힌 개구리(출처: 독일 빌트지)

오스트리아 빈의 쿤스트하우스 미술관에서 「너는 너의 형상을 만들지어다」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렸다. 기독교 보호 단체는 전시된 일부 작품이 가톨릭 신앙을 모독했다며, 해당 작품들의 철거와 전시회 폐쇄를 촉구했다.

그들은 “십자가에 못 박힌 초록 개구리가 주님을 조롱하는 모습, 수염을 기른 남자가 성모 마리아 복장을 하고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 피에타를 나체로 패러디한 모습 등 혐오스러운 묘사를 통해 가톨릭 신앙의 핵심을 공격했다”고 비판했다.

늑대 머리를 한 사제(출처: 독일 빌트지)

반면 쿤스트하우스 측은 폐쇄 요구에 맞서 전시를 옹호했다. 미술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폐쇄 요구와 이와 관련된 모든 반예술적 발언에 강력히 반대한다”며, “오스트리아에서는 예술의 자유가 민주 문화를 형성하고 비판적인 사회적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헌법으로 보호받는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큐레이터들 역시 “전시는 종교적 감정을 해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작품에 불쾌감이나 모욕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예술의 도발성은 관람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독교 여성과 고위 가톨릭 성직자들을 포함한 많은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전시는 여러 차례 통찰력 있는 토론과 대화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논란은 가톨릭 내부 인사의 발언으로 더욱 확산됐다.

인스브루크 교구의 헤르만 글레틀러 주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당 전시를 “기독교의 전통적인 상징들을 바탕으로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신앙과 예술의 관계를 질문하려는 실험적 전시”라고 평가했다. 그는 마르틴 키펜베르거의 ‘십자가에 못 박힌 개구리’를 포함해 여러 흥미로운 작품들이 소개됐다고 언급하며, 스캔들에만 휘말릴 전시는 아니라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이 가운데 ‘십자가에 못 박힌 개구리’는 이미 2008년 이탈리아 볼차노(남티롤)에서 전시됐을 당시에도 국제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교황이었던 베네딕트 16세는 남티롤 주 의회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종교적 감정을 상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박물관은 전시를 유지했고, 해당 작품은 현재 비엔나 쿤스트하우스 전시를 통해 다시 공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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