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와주기
최근 북한의 식량난은 더욱 악화되어 주민 1인당 배급량이 200그램으로 줄었다고 한다. 그것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몇 백만이 굶어 죽은 몇 년 전의 대규모 아사(餓死) 사태가 재현될 심각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북한 주석 김일성은 북한 핵문제를 중재하러 온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미국이 우리를 제재하겠다고 하는데 할테면 하라. 우리가 못살 것이 무엇인가. 제재를 해도 좋고, 안해도 좋고, 나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못사는가 봐라, 우리는 더 잘 산다.” 이 말에는 경제가 파탄되어 인민이 몇 백만이 굶어 죽든 말든 자신의 체제만 건재하면 눈하나 깜빡하지 않는다는 배짱과 협박이 숨겨져 있다.
미국과 세계를 상대로 핵을 가지고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던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했다. 그리고 복귀 약속만으로 벌써 푸짐한 경제지원 약속들을 한국으로부터 받아냈다.
지난번 서울에서 재개된 남북 경제협력 추진위원회에서는 쌀 50만t을 주기로 했고, 이어서 200만㎾의 대규모 전력을 직접 공급해 주겠다는 우리 정부의 ‘중대 제안’이 공개되었다. 쌀 50만t 지원이나 전력 200만㎾ 제공, 특히 전력 공급은 수 조(兆)원의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전제로 하는 초대형 원조이다.
그러나 북한은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에서 핵동결을 약속하고도 뒤로는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계속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대규모 원조에 앞서 북한에 대한 신뢰성 문제와 막대한 비용문제에 대한 국민적 논의와 동의절차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대북 전기 공급이 북핵에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다면 북한이 이른바 ‘나쁜 행동’을 할 때마다 우리는 그것을 못하게 하기 위해 이것을 드릴게요, 저것은 어떻습니까 하고 갖다 바치는 것 같아 속상하다.
전력 공급과 같은 전략적 조치에 대한 정치적 고려 이외에 과연 이와 같은 북한 돕기가 북한 경제와 인민에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경제적 측면도 심사숙고 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황폐화한 유럽에 대한 미국의 대규모 지원, ‘마샬 플랜’도 사회주의 방식으로 경제를 운용한 나라에서는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만들지 못하고 물고기만을 얻어봐야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같은 공산국가라고 하지만 ‘그물 만들기’를 배우는데 열심인 중국, 베트남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세습적 지배구조 체제의 유지를 지상과제로 하는 북한이 근본적인 개혁 개방의 길로 나가는 데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