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는 하나님의 향기를 전혀 모르나 보다’

백태신 승사(1) / 기장신앙촌
발행일 발행호수 2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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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남산집회(1956. 3. 26.~4. 5.)

1933년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난 저는 사업가이신 아버지를 따라 중국 톈진과 베이징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8·15 해방 전에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 가회동에서 살았는데 장로교인이셨던 어머니는 집과 가까운 안동 장로교회에 열심히 다니셨습니다. 당시 안동교회는 윤보선 의원을 비롯한 사회 저명인사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그 교회 목사 딸과 친구로 지내며 성가대도 하고 교회 활동에 재미를 붙이게 됐습니다.

그 후 여고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1955년이었습니다.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이 “요즘 박태선 장로님이라는 분이 남산에서 집회를 하시는데 은혜가 굉장하다더라. 병자가 낫고 신기한 일이 많다는데 한번 가 보자.” 하셨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어머니를 따라 갔을 때는 집회가 시작되고 며칠이 지난 저녁예배였습니다. 보통 부흥집회는 교회에서 하는 것만 봤는데 그때는 남산 광장에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은 천막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천막 안에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단상과 가까운 앞자리는 엄두도 못 내고 뒷자리에 겨우 앉았습니다. 사람들 모습을 보니 며칠씩 집에 가지 않고 집회장에 머무른 것 같았고 예배 시작 전이라 그런지 장내가 소란했습니다. 그 분위기가 경건하지 못하게 느껴져서 저는 예배를 마치면 바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후 등단하신 박태선 장로님은 키가 크신 신사 분이었습니다. 여느 부흥강사처럼 두루마기 차림의 노인일 줄 알았는데 산뜻한 감색 양복을 입으신 박 장로님은 30대의 젊은 분이셨습니다. 단상 한쪽에 양복저고리를 벗어 놓으시더니 눈부시게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힘차게 찬송을 인도하셨습니다. 그러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한마음이 된 듯 집회장이 떠나가라 우렁찬 목소리로 찬송을 불렀습니다.

남산집회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이 된 듯 우렁찬 목소리로 찬송 불러
집회장에서 타는 듯한 냄새가 진동하다 싹
없어지고 꽃동산에 파묻힌 듯 진한 향기가

한참 찬송을 부를 때 어디선가 머리카락이 타는 것 같은 고약한 냄새가 났습니다. 그러나 사방을 둘러봐도 연기는 나지 않았고 무엇이 타는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역한 냄새가 얼마 동안 진동하다가 싹 없어지더니 이번에는 말할 수 없이 좋은 향기가 맡아졌습니다. 만개한 꽃동산에 파묻힌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은은한 향기가 아니라 아주 진한 향기가 계속 맡아졌습니다. 저는 제일 좋다는 프랑스제 향수를 맡아 본 일이 있지만 아무리 좋은 향수도 오래 맡으면 머리가 아프고 좋지 않은데, 그 향기는 맡으면 맡을수록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옆에 계신 어머니에게 “어디서 이런 향기가 나는지 모르겠어요. 화장한 사람도 안 보이는데 향수 냄새보다 훨씬 좋아요.”라고 하자 그 소리를 들은 다른 분들이 성신의 향기라며 제가 은혜를 받은 거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방금 전까지는 타는 냄새가 났는데요?” 하고 물었더니 ‘그건 당신 죄가 타는 냄새’라고 했습니다. 그분들도 그런 체험을 했다며 이 집회에서 은혜를 받은 사람이 많다고 했습니다.

콩나물시루같이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로
박 장로님께서 내려오셔서 한 사람씩
안수를 해 주시고 병이 나은 사람 말하라고
하시자 여기저기서 병이 나았다며 일어나

찬송이 끝난 후 박 장로님께서 “오늘은 설교보다 환자들을 위해 안수를 하겠습니다.” 하시더니 단상에서 콩나물시루같이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로 내려오셨습니다. 빼곡하게 앉아 옆 사람의 무릎에 내 무릎이 겹쳐 있는 정도였기 때문에 ‘발 하나 넣을 자리도 없는데 저 크신 분이 어떻게 지나가시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박 장로님을 바라보니 거칠 것 없이 가볍고 빠르게 다니시며 한 사람 한 사람의 머리에 안수해 주셨습니다. 제 차례가 됐을 때 왼쪽 오른쪽 무릎을 하나씩 밟고 지나가셨는데 놀랍게도 훨훨 날아가시는 듯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안수를 마치신 박 장로님께서 단상에 오르셔서 “안수에 빠진 사람 있으면 손들어 보세요.” 하셨지만 한 명도 손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병이 나은 사람은 일어나 사실 그대로 말하라고 하시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일어났습니다. 들것에 실려 왔던 중환자가 벌떡 일어나 자신의 병이 나았다며 크게 소리치는 모습도 봤습니다.

안수를 받고 예배드리는 동안 좋은 향기가 계속 맡아졌습니다. 저는 집에 바로 가겠다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향기가 진동하는 집회장에 계속 머물고 싶었습니다. 어머니도 “듣던 대로 박 장로님은 보통 분이 아니신가 보다. 여기 있어 보자.” 하셔서 저녁밥 먹을 생각도 잊은 채 많은 사람들 틈에서 철야를 했습니다.

그 후로 집회 마지막 날까지 나흘간 집회장에 있으면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않았지만 신기할 만큼 배가 고프지 않았고 졸리지도 않았습니다. 꽃동산에 파묻힌 듯 향취가 진동할 때면 ‘이런 향기를 가진 꽃이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에서 맡아 보지 못한 그 향기가 참으로 신비로웠고, 향기를 맡으면 맡을수록 마음이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집회가 끝나고 돌아와서도 예배 시간에 불렀던 찬송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하루는 거리를 걸어갈 때 집회에서 불렀던 ‘구주는 산곡의 백합~’이라는 찬송을 속으로 가만가만 부르면서 ‘하나님 향기는 참 좋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순간 아주 좋은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지나가서 어디 꽃이 피었나 하고 둘러봤지만 그런 향기가 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향기를 맡으며 집회장에서 기쁘고 즐거웠던 시간이 생생히 떠올랐습니다.

집회 때 꽃동산에 파묻힌 듯 향취가 진동할 때면 세상에서 맡아 보지 못한
그 향기가 참으로 신비로웠고 향기를 맡으면 맡을수록 마음이 기쁘고 즐거워
집회가 끝난 후, 하루는 걸으면서 찬송을 부르는데 순간 좋은 향기가 코끝 스쳐

그 후 저는 안동교회 이금식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제가 박 장로님 집회에서 하나님 주시는 향기를 직접 맡았다고 했더니, 목사가 하는 말이 “성경에 향기라는 것은 성도의 옳은 행실을 말한 것이고 하나의 상징일 뿐이야. 그런 향기를 어떻게 코로 맡을 수 있나?”라고 했습니다. 저는 분명히 향기를 맡았을 뿐 아니라 그런 체험을 한 사람을 많이 봤기 때문에 ‘목사님은 하나님의 향기를 전혀 모르시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났을 때 박 장로님 댁에 사람들이 모여서 예배드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원효로 전차 종점에 있는 박 장로님 댁을 찾아가니 뒷마당에 기다랗게 생긴 예배실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예배실 뒤쪽의 한강 둑에까지 빼곡히 앉아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날 박 장로님께서는 성경 호세아 14장에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과 같으리니 … 그 향기는 레바논 백향목과 같으리니”라는 구절을 풀어 주시며 하나님의 성신이 이슬같이 내리기도 하고 향기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직접 체험한 향기가 성경에 기록돼 있는 것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또 박 장로님께서는 성신을 받아 죄를 씻어야만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성신을 받으면 그 받은 증거가 분명히 있으며 성신을 받지 못하면 제 아무리 신학을 전공한 박사라도 인학(人學)을 배운 것에 불과하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성신의 향기를 전혀 모르던 교회 목사가 떠올라 그도 인학 박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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