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파업
우리나라 노동계가 또 다시 총파업을 벌인다고 한다. 원래 노조의 파업은 ‘약자로서의 노동자’가 자본가의 횡포에 맞서서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무기로 인정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조는 이미 약자가 아니라 회사의 경영을 압박하고 나라의 경제에 주름살을 주는 존재로 군림하는 무소불위의 ‘노동 귀족(貴族)’이 되었다.
회사 제조공장의 공정변경과 인력의 충원, 재배치를 비롯하여 신기술의 도입, 해외공장의 신설 등의 핵심 경영문제에 이르기까지 노조의 동의가 없으면 안된다고 하니 이런 족쇄를 달고서야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이 추락하지 않고 배길 도리가 있겠는가.
세계의 노사문화가 강성투쟁에서 노사의 공생협조 관계로 변모한지는 오래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노조는 이미 반세기 전에 투쟁의 역사를 접고 회사의 경쟁력 향상에 전념하는 것으로 노조의 의식을 전환했다. 강성 노조가 지배했던 유럽권 국가들마저도 노조 내부의 자성(自省)에 힘입어 노사분규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고 노조 가입률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일본의 토요타 자동차회사의 성공신화는 노사 상생(相生)의 살아있는 모델로 항상 회자된다. 토요타 자동차회사에서도 50년전에는 강성노조의 투쟁으로 노사분규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노사 공멸(共滅)의 위기를 느낀 노조는 지난 50년 동안 무파업과 임금의 자진동결을 통해 회사에 협조했다. 그 결과 토요타 자동차회사는 년 매출 1760억 달러, 순이익 110억달러, 미국 신기술 자동차 시장점유율 64%라는 경이적인 실적과 50년 이상 흑자 행진이라는 세계 최고의 생산성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비관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가고 있는 때이다. 이미 우리 경제의 장기불황이 시작됐다는 지적에서부터, 심할 경우 늦어도 10년 안에 잠재성장률이 0%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까지 나올 정도다. 게다가 한국경제의 앞길에는 우리를 추월해 오는 중국과 고령화 사회, 고유가 등의 험난한 구조적 장애물들이 가로막고 있다. 이들 도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1인당 국민소득(GNI)은 2만달러가 아니라 오히려 1만달러 이하로 추락하고, 상당기간 남미형(南美形) 후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적 비극을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우리 노동계도 하루 속히 강성투쟁을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하는 선진국 노조의 인식을 따라잡아야 하며, 정부당국은 노동자들의 불법파업을 척결한 대처수상의 결단이 ‘영국병(英國病)’을 치유했고, 레이건 대통령의 ‘법과 원칙주의’가 미국에서의 무분별한 파업을 종식시켰다는 역사에서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