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일흔에도 시간을 어떻게 쪼개나 고민할 정도로 바빠
박명식권사(2) / 대전교회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0월 어느 날, 같은 제단에 다니던 김창호 집사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그 집에 가서 시신이 있는 방에 들어갔더니 방 안이 향취로 가득 차 시신에게서 나는 고약한 냄새라고는 전혀 맡을 수가 없었고, 시신의 얼굴 또한 아주 뽀얗게 피어 있었습니다. 비록 남자 분이었지만 너무나 예쁜 모습으로 피어 화장을 해도 저렇게 예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집에서 진동하는 향취가 온 동네에 퍼져 나갔는데, 향취 은혜를 알 리 없는 이웃들은 “지금이 가을인데 왠 아카시아 꽃향기인지 모르겠다.”며 서로들 이야기했습니다.
다음 날 대전제단 관장님을 비롯해 관장님들 몇 분이 오셔서 시신을 생명물로 깨끗이 씻겼습니다. 수의를 입힌 후 시신을 앉혀 놓고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는데, 얼굴은 더욱 곱고 아름답게 피었고 몸이 너무나 노긋노긋해 앉혀 놓으니 목이 이쪽저쪽으로 흔들거려 옆에서 붙잡아 주었습니다. 연세가 많은 이웃 분들은 “전도관 사람들은 마지막에 다 저렇게 가는가?” 하며 자신들도 저렇게 곱고 편안하게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 이웃 사람들이 하는 말이, 동네에서 사람이 죽으면 마을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고 아이들은 무서워서 상가 가까이 가지도 않는데, 전도관식으로 장례를 치르니 마을에 향취가 진동하고 시신도 곱게 피어나 그런 무서운 분위기가 전혀 없이 오히려 밝고 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시신이 아름답게 피는 모습을 보고 동네 사람들이 많이 전도되었습니다.
저는 대전제단에 다니고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신앙촌 제품을 판매하는 소비조합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즈음 남편이 병으로 고생하면서 살림이 어렵게 되어 제가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밑천이라고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 난생처음 해 보는 장사였지만 시온 간장 몇 병으로 시작한 일이 점점 커지면서 단골 고객들도 생겨났고, 1981년에는 가게를 마련해 시온쇼핑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간장 한 병도 집까지 가져다 드리고 “맛있게 드세요.” 인사를 건네며 환하게 웃으면 마음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저와 친한 고객들은 그런 저를 보고 “간장 한 병 파는 게 뭐가 그렇게 좋아서 싱글벙글하세요?” 하고 물어보는데, 제가 일부러 웃으려고 해서 웃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기쁨이 샘솟는 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임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소비조합을 하면서 3남매 아이들 모두 대학까지 교육시키고 그 후에도 아이들이 기반을 잡을 때까지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1999년 즈음 대전제단에 다니던 오희옥 권사님이 노환으로 숨을 거두셔서 입관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고인은 생전에 그렇게 까만 피부가 아니었는데 돌아가신 후의 얼굴은 아주 시커먼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대전제단 교인들이 찬송을 부르는 가운데 소사신앙촌 장례반 권사님이 시신을 생명물로 깨끗이 씻었는데, 그토록 까맣던 피부가 뽀얗게 피어나면서 볼에는 발그스름한 핏기까지 감도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피어나는 모습이 너무나 확연해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놀라워하며 시신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의 크신 권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저희 가게에서 신앙촌 물건을 구입해 가는 고객 중에 장로교회에 다니는 나 권사라는 분이 있습니다. 제가 그분에게 신앙신보를 읽어 보라고 주었더니 얼마 후 그분이 이슬성신과 생명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이슬성신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이며 생명물은 그 이슬성신이 담긴 물’이라고 알려 주면서, 죽은 시신에게 생명물을 먹이면 흘러나오는 것 없이 그대로 넘어가면서 온몸이 노긋노긋해지고 아름답게 피어난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신체 중에서 가장 먼저 썩는 것이 피인데 그 피로 어떻게 썩을 것을 썩지 않도록 해 줄 수가 있겠나, 생명물로 시신을 씻겨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을 보면 어떤 것이 진짜 은혜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나 권사님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없었지만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해 주는 것이 언젠가는 진리를 깨닫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한 달에도 몇 번씩 고객들을 모시고 신앙촌에 가는데 그때마다 고객들의 마음이 참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고객들이 하는 말이, 왠지 신앙촌에 가면 기쁘고 즐겁다고 하면서 어떤 분은 이렇게 공기 좋고 편안한 신앙촌에서 살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런 고객들 중에는 일요일마다 대전제단의 주일예배에 빠짐없이 참석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천부교를 믿는 사람들은 다들 건강하고 밝은 것 같다며 자신들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하루 종일 판매를 하고 틈틈이 전도할 분을 만나면서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딴생각할 시간이 없습니다. 걱정도 고민도 없게 해 주시는 이 바쁨이 우리에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모릅니다. 이제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저 스스로 늙었다는 생각은 조금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일흔이 아니라 여든, 아흔이 되더라도 일을 손에서 놓지 않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복은 없을 것 같습니다. 시간을 어떻게 쪼개어 쓰나 고민하면서 바쁘게 지내는 중에도 제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는 기도가 하나 있습니다. 하나님 은혜 속에서 바르게 자라난 저의 자식들이 다시금 신앙을 찾게 되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모습을 그려 보면서 오늘 하루도 밝고 힘차게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