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도시는 나의 무대, 나의 일터 (정명옥 집사/대전교회)
정명옥 집사 / 대전교회“일하는 여성들 모두가 그렇듯, 저도 한때는 빨리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 시달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았어요. 어느 날 문득 제가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무엇을 해야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인가 알겠더라구요.”
은행점장 승진을 눈앞에 둔 소위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던 정명옥 집사. 힘든 사회생활을 겪으면서 쉬었던 교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했다. “어딜 가도 기쁨이라곤 없었는데 교회에 다시 나오면서 하루하루가 즐거웠어요. 하나님 앞에 잘하든 못하든 최선을 다해 이 길을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온쇼핑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정 집사는 가게 계약을 하고 25년간 몸담은 은행에 명퇴를 신청했다. 그렇게 시작한 시온쇼핑이 올해로 10년째. “처음 시온쇼핑할 때는 은행에 돈 들고 사람들이 오는 것처럼 물건을 구입한 고객에게 돈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고객들이 와야 오는 거고 돈을 줘야 주는 거더라구요.”
은행을 찾는 고객들과는 너무 다른 고객(?)들과의 좌충우돌 어려움으로 포기라는 단어가 생각날 때쯤 요구르트 ‘런’이 출시되었다. 다시 힘을 냈다. “충남대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간호부장 동창의 소개로 고객이 처음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 제가 은행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삼성생명 보험회사 직원들을 잘 알고 있는데, 어떤 설계사가 매일 1병씩 사무실로 배달을 해달라고 하는 거예요. 기쁘면서도 속으로 솔직히 ‘그거 한 병 때문에 매일 가야되나’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배달을 가자 직원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우리 설계사들도 모르는 곳에 가서 홍보한다, 낯설고 그런 거 다 안다, 용기를 가져라’ 생각지 못한 격려에 다른 영업소까지 소개 시켜주는 거예요.” 그렇게 용기를 얻은 정 집사는 사무실을 소개받아 알게 된 고객을 중심으로 금방 몇 십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
정 집사는 “무조건 고객에게 맞췄어요. 고객을 대하면서 제 자존심이 싹 빠지는 거예요. 은행에서 근무해서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따지고 정확한 성격인데 무조건 낮아지고 낮아지고 지금은 고객이 뭐라해도 하나도 싫지 않아요.”
런 배달을 마치고 11시부터 시온쇼핑을 찾는 고객들과 하루를 보내는 정 집사는 밥 먹을 시간이 없어도 즐겁다고 했다. “고객 15명이 둔산동으로 발령이 났어요. 거리가 멀다보니 다른 배달처까지 지장을 주게 돼서 포기해야겠다 하고 있는데, 일주일 만에 대전 지하철이 개통돼서 모든 게 해결 됐어요. 역에서 내리면 바로 제가 배달하는 관세청, 정부청사, 캡피탈 타워, 시청 등 저의 배달지역이 몰려있어 너무 편해요. 어느 날 삼성생명에서 저보고 함께 일해 볼 생각 없냐구 묻더라구요. 그래서 말했죠. ‘저는 이 직업이 너무 좋아요. 다른 어떤 일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요’라고요.”
달리는 게 뭔지 몰라 부지런히 달리라는 관장님 말씀에 걸어서 와도 될 거리를 택시를 타고 왔었다는 몇 년 전의 일을 생각하면 피식 웃음이 난다는 정 집사는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내 속에 있는 모든 걸 쏟아내고 모든 걸 기울여야 되더라구요. 그걸 ‘런’이 깨우쳐 준 거예요. ‘런’으로 인해 모든 위기가 기회로 바뀌면서 무엇을 해도 기쁘고 성취감도 생기고, 포기하지 않고 하려고만 하면 길을 열어주시는 것을 느꼈습니다”고 했다.
정 집사는 말했다. “‘1초1초 화해지는 것, 달리는 게 무엇인지 이제야 조금 와 닿아요. 진짜 행동으로 변해야 해요. 일을 하면서 하나님께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