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재정 적자 메우기 위해 빈자 위한 기부금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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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중 실제 자선활동에 사용한 돈은 10%에 불과해

12월 11일(현지시간)바티칸 관중들 앞에서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사진 출처:WSJ)

교황청이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사용한다며 모금한 기부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년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에게 수천만 달러를 기부한다. 가톨릭 주교들은 약자와 고통 받는 사람들을 지원하는데 쓰인다며 신자들에게 교황의 자선 활동인 ‘베드로 성금’을 내라고 권고한다. 그러나 기금 운용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가톨릭 교회가 모금한 매년 5천만 유로(약 663억원)가 넘는 기금의 대부분이 교황청 행정 예산의 구멍을 메우는데 쓰이는 반면, 실제 자선활동에는 10%도 쓰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교회법상 베드로 성금은 교황의 재량으로 그의 부처를 운영하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쓸 수 있다. 또 교황청이 베드로 성금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는 교황청 고위 관리자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이번 사건으로 가톨릭교회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정 운영 능력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의견이 제기됐다.

한편, 교황청은 늘어나는 재정 적자와 씨름하고 있는데, 이는 교황이 바티칸 미래 경제의 ‘막대한 타격’이라고 경고할 정도이다. 교황청의 운영과 재정 관리 권한을 가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선출되어 교황청의 부패, 낭비, 무능력 등의 꼬리표가 붙었다. 특히 “빈곤층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촉구한 그에게 베드로 성금이 주로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해 사용된다는 것은 민감한 사안이다. 그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살피고 옹호해야 할 교회의 사명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베드로 성금의 목적은 교황에게 전쟁, 억압, 자연 재해와 질병의 결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재정적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소식통들에 의하면 2018년에는 5천만 유로 이상이 모금되었는데, 적어도 지난 5년 동안 모금액 중 약 10%만이 모금을 위한 광고를 하는 자선단체로 갔다고 알려졌다. 또한, 이 돈의 약 3분의 2가 교황청의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말했다. 2018년에 예산 적자는 약 7천만 유로에 달했는데, 이는 만성적인 비효율과 임금 비용 증가, 투자 수익 타격 등이 반영된 것이다.

베드로 성금은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감소해 2017년 6천만 유로가 넘는 수준에서 2018년에는 약 5천만 유로 정도가 되었다. 교황청의 재정 투명성뿐만 아니라 성직자의 성적 학대 추문에 대한 일반 가톨릭 신자들의 우려가 기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교황청의 행정부인 국무성이 관리하는 베드로 헌금은 지난 10월 이후 더욱 집중적인 조사를 받고 있다. 런던 첼시가에 위치한 고급 건물들에 교황청이 불투명한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투자로 인해 교황청 관료 내부에서 권력 투쟁이 일어났고, 최고 재정 담당자가 해임되었다. 사무국 운영에 정통한 바티칸 관계자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이 투자에 대한 돈의 일부가 베드로 성금에서 나온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교황청 최고 재정 담당자가 해임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지난 달 교황청은 국제 돈세탁 방지 감시 기구에서 회원자격을 정지당하기도 했다.

11월 프란치스코 교황은 명백한 부패로 인해 바티칸 경찰의 급습을 허가했다고 말했으나, 베드로 성금을 즉시 자선사업에 사용하기 보다는 부동산과 다른 자산에 투자하는 관행을 옹호했다. 교황은 “베드로 성금이 모이면 내가 어떻게 하겠는가? 서랍에 넣겠는가? 아니다. 이것은 잘못된 행정이다. 나는 투자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기부가 필요하거나 도움의 요청이 있을 때 그 돈을 쓴다. 그래도 그 자본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거나 조금 더 증가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금 운용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매년 베드로 성금의 상당 부분이 교황청의 운영 비용으로 사용되고, 단지 4분의 1정도가 투자에 쓰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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