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실세’ 베추 추기경, 투자 비리로 징역 5년 6개월 선고
교황청의 방만한 재정 운영 드러나고,
부동산 투자에 신자들 헌금인 ‘베드로 성금’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피고인단은 바티칸 사법권 갖고 있는 교황의 이중적 역할에 의문 제기
영국 런던의 고급 부동산 매매 비리 사건에 연루된 조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이 법원에서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바티칸 법원은 12월 16일(현지 시각) 횡령, 직권남용, 위증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베추 추기경의 상당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이같이 선고했다.
교황청은 2014∼2018년 영국 런던 부촌인 첼시 지역의 고급 건물을 3억5천만 유로(약 4천947억 원)를 투자해 매입하고 관리하다가 1억4천만 유로(약 1천979억 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고 지난해 매각했다. 그러자 교황청의 방만하고 불투명한 재정 운영이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신자들의 헌금으로 조성돼 빈곤층 지원에 쓰이는 ‘베드로 성금’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됐다. 이 과정에서 국무원 국부 장관이었던 베추 추기경의 비리 혐의가 드러났고, 교황청 검찰은 2021년 7월 부동산 매매 브로커를 비롯한 다른 피의자 9명과 함께 베추 추기경을 재판에 넘겼다.
한때 차기 교황으로 거론될 정도로 교황청 실세로 꼽히던 베추 추기경이기에 ‘교황청 2인자의 몰락’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년 간의 재판 끝에 중형을 선고받은 베추 추기경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한편,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 측 변호사들은 교황이 사기 혐의의 피해자이자 현재 피고인들을 재판하는 법원에 대한 궁극적인 권한을 가진 교황의 이중적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교황청 검찰은 첼시 부동산 인수를 담당했던 이탈리아인 브로커 토르지가 속임수를 사용해서 직접 소유권을 취득한 후 소유권을 돌려주는 대가로 바티칸으로부터 1500만 유로를 갈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티칸이 토르지의 영국 자산을 동결하려 하자 영국 재판부는 “바티칸이 합법적인 거래에 대해 명백한 허위 진술을 했다”며 이를 거부했다.
프란치스코가 토르지에게 1500만 유로를 지불하는 데 동의했다면, 어떻게 토르지를 갈취 혐의로 재판에 회부할 수 있었을까? 검찰이 용의자를 더 쉽게 도청하고, 컴퓨터를 압수하고, 체포할 수 있도록 교황이 규정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피고 측 변호사 중 한 명인 루이지 파넬라 변호사는 “검찰은 (도청·압수·체포와 관련해) 판사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었는데, 그것은 이번 재판에만 특별히 허용된 것이었습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