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동성범죄 관련 소멸시효 폐지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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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살인이라 불리는 아동성학대
법정에 서는데 많은 시간 필요해
한국은 손해배상 소멸시효 10년

전 세계적으로 행해진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성범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된 지 오래다. 프랑스에서 조사된 사제 성학대 피해자 수만 33만 명에 달하며, 미국에서 가톨릭 교회가 지불해야 할 보상금 규모는 우리 돈으로 3조 원이 넘는다. 지금도 광범위한 관련 조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아동성범죄 관련 소멸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월 15일, MBC 뉴스는 가톨릭 사제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테레사 랭캐스터는 1968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 위치한 키오프 대주교 고등학교에서 가톨릭 사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많은 여학생들이 그녀와 똑같이 끔찍한 일을 당했지만 어디에도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테레사 랭캐스터는 “그는 책상 위에 총을 올려놓고 어디에 얘기하면 죽이겠다고 했어요. 무서웠어요. 그는 거대한 성인 남자였고, 우리는 여고생일 뿐이었어요”라고 했다. 랭캐스터는 20년 후 가해자를 고발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됐고, 피해 보상 요구도 소멸시효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랭캐스터는 사제들의 성범죄를 증언한 다큐멘터리 ‘천사들의 증언(The Keepers)에 출연하며 100명 이상의 피해자가 있음을 밝혔다. 다큐멘터리는 미국 전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2019년 버몬트주를 시작으로 2021년에는 메인주가, 작년에는 미국 연방 의회가 아동성범죄 소멸시효를 폐지했다. 지난달에는 랭캐스터가 있는 메릴랜드 주에서 소멸시효가 사라졌다. 미국에서는 올해에만 37개 주가 아동성범죄 소멸 시효를 재검토하거나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아동성범죄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신고하는 나이는 평균 52세였다. 랭캐스터는 “제가 소송을 결심한 건 40살 때였습니다. 아동성범죄는 영혼 살인으로, 어릴 때 범죄를 겪으면 평생동안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나설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라고 하며 10년밖에 안되는 한국의 손해배상 소멸시효에 대해서는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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