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발 비행기가 결항, 회항, 서울까지 가서 기차 타고 신앙촌으로 (소사동교회 김양자 관장)

소사동교회 / 김양자 관장
발행일 발행호수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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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14,5 년 전 제주교회 학생관장 때의 일이다. 이슬성신절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 예매를 한 달 전에 해 놓았다. 이슬성신절 전날 공항에 나갔더니, 날씨가 꾸물꾸물,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래도 별일 없으려니 하고 탑승을 기다리는데 ‘김해공항의 짙은 안개로 부산행이 결항’이란 안내방송이 나오는 것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안내데스크에 쫓아가서 다음 비행기는 어떠냐고 물었다. 그것도 결항이라고 했다.

여성회 관장님은 교인들하고 오전 비행기로 갔고, 서귀포 학생관장은 늦게 신청했는데 K항공사 좌석이 없어 A항공사로 예약한 상태다. 그런데 A항공사는 비행기가 가는 게 아닌가!! 왜 A항공사는 이륙하는데 K항공사만 이륙 못 하냐고 거칠게 항의도 했다. K항공사와 달리 기종이 작아 A항공사는 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꼭 가야만 한다. 일 년에 한번 열리는 이 중요한 행사에 꼭 참석해야만 한다고 안내데스크에게 절박하게 요구했더니 “대기자 명단에 1순위로 넣어보겠다. 하지만 한두 명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다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기다려보라고 한다.
한 시간 두 시간 일각이 여삼추로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탑승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휴. 살았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륙하고 얼마 안 돼서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렸다. 죽음의 공포, 비행기 추락사. 남의 일이 아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오는데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승객여러분.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나 심하게 흔들려서 죄송합니다. 안전벨트를 메고 좌석에 앉아주시고, 화장실 사용을 당분간 금해주십시오.“

순간 비행기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말은 안 했지만 승객들 모두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그 적막을 깨고 “야! 꼭 바이킹 타는 것 같지? 신난다~” “뒤 쪽은 더 신나. 뒤로 와~” 우리교회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였다. 승무원이 질겁을 하고 쫓아와 앉으라고 권했다. 조금 지나자 드디어 김해공항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행기는 계속 김해공항을 선회하고 있었다. 왠일일까 조마조마 하는데 “기장입니다. 김해공항의 심한 안개로 착륙 허가를 받지 못해 다시 제주로 회항하겠습니다. 승객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제주도로 간다니, 김해공항을 코앞에 두고 다시 제주로 왔다. 배를 타고 부산에 가려고 배 시간을 알아보니 배도 이미 떠났다. 배도 놓치고 비행기도 끊기고 정말 바다가 원망스러웠다. 파라다이스 같던 제주가 한 순간에 유배지로 변했다. 남들은 다 축복일에 가서 은혜를 받는데 못 간다는 사실이 너무나 외롭고, 서럽고, 기가 막혔다.

`이슬성신절에 갈 수 없는 상황
지구 밖으로 나 혼자만 버려진 듯
그러나 포기할 순 없었다`

화장실에 가서 눈이 붓도록 울었다. 지구 바깥으로 나 혼자만 버려진 느낌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서울행을 알아봤다. 서울은 괜찮다고 한다. “얘들아 서울 가자. 서울 가서 기차타고 신앙촌에 가자.” 아이들은 처음 가는 서울과 처음 타보는 기차에 설레이기만 했다. 배고프고 지칠텐데 그런 표정들은 없었다. 서울의 휘황한 야경과 높은 건물, 많은 사람들, 이것저것 구경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기차표를 사려는데 주말이라 좌석이 없어 다 입석이었다. 애들에게 김밥과 사이다, 삶은 계란을 사주며 이것이 기차 타는 재미라고 했더니 신나했다. 첫 번째 칸에서 끝 칸까지 왔다갔다 하며 좋아했다. 그렇게 신앙촌에 도착했다.

드디어 예배가 시작되고 ‘크고 놀라우셔라 이슬은혜’ 찬송가가 나올 때 신앙촌에 왔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해서 눈물이 한없이 쏟아졌다. 공항에서 서귀포 학생들을 만난 우리 아이들은 신나서 “우린 어제 서울 구경했다. 기차도 타봤어~”하고 자랑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피곤하고 지친 것이 아니라 서울 구경하고 기차도 타본 신나는 이슬성신절이었다. 그 다음날 김해공항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푸른 하늘에 흰 구름만 두둥실 오월의 눈부신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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