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원회의 위선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침해는 조사대상이 아니다”라고 발표하여 국민을 실망시켰다.
인권위는 북한의 인권을 외면하게 된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에 관할권을 행사하기 어렵고, 국내외법상 현실적으로 북한 주민을 내국인으로 볼 수 없다”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현행법상 인권위의 조사대상은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의 영역’에 한정한다고 돼 있다면서 북한이 헌법상 우리 영토이기는 하나 사실상 북한 영토 내 직접적 조사를 진행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권위가 동티모르 국민의 인권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당시 이라크 주민의 인권이 침해된다면서 파병을 반대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던가? 인권위가 동티모르 국민과 이라크 주민의 인권은 걱정하면서 정작 우리 동포의 인권은 외면했다면 그들의 위선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면서 설립된 인권위는 그 동안 국가보안법이 인권을 침해하니 폐지해야 한다는 국가 안보에 관한 근본 문제에서부터 초등생의 일기 검사와 학생 체벌이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므로 금지해야 한다는 등 시시콜콜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내세워 열성적인 개입을 해 왔다. 그러한 인권위가 무차별로 자행되고 있는 북한 동포의 고문과 낙태, 처형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못 하다가 드디어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발을 빼고 만 것이다.
인권위는 북한 인권에 개입할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는데 UN 본회의에서 2년째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으며 인권소위원회에서는 5년 전부터 북한 인권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헌법은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과 동등한 지위를 갖는다고 간주하기 때문에 우리는 탈북 동포들을 받아들이고 굶주린 북한 동포들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것이다.
인권위는 2년간에 걸쳐 매년 거액의 예산을 사용하면서 북한 인권을 연구 했다는데 그것이 북한 동포의 인권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 인권을 거론하면 한반도의 긴장을 초래하지 않겠는가?’와 같은 북한의 인권문제 제기 자체에 대한 타당성 여부였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과거 서독 정부는 동독 정권과 주민들을 분리하여 동독 동포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경주했다. 인권위가 북한 동포의 인권보다 북한 당국의 불편한 심기를 고려하고 남북관계의 후퇴를 우려하는 정부와 코드를 맞추는 정치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그것은 이미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수호하려는 양심과 의지를 가진 기관이 아니며 이점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인권위가 오늘도 정치범 수용소에서 온갖 고통을 받으며 신음하는 북한 동포들의 절규에 귀를 막고 상황에 따라 눈치나 살피는 조직으로 전락했다면 차라리 더 이상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말고 해산해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