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의 비양심
지방법원의 한 판사가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자들에게 ‘양심적 병역기피’라며 무죄를 선고하는 판결을 하여 과연 ‘병역기피의 양심’이 올바른 것이냐 하는 논쟁이 공론화 됐다.
우리나라에서 특정 종파의 교리 때문에 한 해 평균 700여명의 병역거부자가 생겨나고 있으며, 지금까지 3천 여명이 유죄판결을 받았고, 현재 약 1천 6백명이 수감되어 있다고 하니 잘못된 종교 교리가 많은 젊은이와 사회에 주는 폐해가 놀라울 따름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이유야 어떻든 매년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여 범법자가 되고 있는 현실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 없고, 많은 나라에서도 대체복무제도를 통하여 병역 거부자를 구제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우리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양심적’ 병역 거부론자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진보적 법리론자들이 가지고 있는 논리의 모순은 간단하고도 명백하다. 그것은 그들의 ‘양심’을 보호해 주는 국가와 체제가 없이는 그들이 주장하는 ‘양심’자체가 존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양심’만을 위하여 타인의 ‘양심’을 침해하는 것은 전형적인 ‘비양심’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 판례도 우리나라 헌법상의 ‘양심의 자유’는 각자의 ‘내심'(內心)에 그치는 한에서만 제약을 받지 않을 뿐이지, 양심이 소극적으로건 적극적으로건 ‘외부로 표출될 때’는 제약을 받는다고 하였다. 자기의 ‘양심’때문에 타인의 ‘양심’을 침해하거나 국법질서를 위반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다.
하급심(下級審)의 판결일지라도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이 공론화 되는 것만으로도 병역기피 풍조의 확산이 우려된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병역 거부가 집총(執銃)을 죄악시한다는 특정종파 신도에 국한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부 불교신자가 살인이 계율에 어긋난다며 이에 가세하고, 얼마 전엔 한 현직교사가 교사로서의 신념에 어긋난다며 병역거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나라를 지킬 병역의 의무는 퇴색하고 국방의 근간마저 훼손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임진왜란때 승려들이 칼을 들고 일어나 우리 민족을 도륙하는 왜병을 대항해 싸운 것이나, 6.25전쟁때 수많은 젊은이들이 총을 들어 공산군과 피를 흘려 싸운 것이나, 양심의 자유와 같은 우리의 소중한 가치를 싸워서 지킨다는 것에는 예와 오늘이 다를 것이 없다. 싸우지도 않겠다는 특정 종교의 잘못된 도그마와 이에 편승한 ‘비양심’은 국법을 엄히 세우는 차원에서 척결해 나가야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