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의 죽음
2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장례미사에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강우일 주교가 주교단을 대표해 추기경에 대한 고별사를 낭독했다. 강 주교는 추기경을 곁에서 줄곧 지켜보며 추기경의 말년과 최후를 지킨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이던 1977년 보좌신부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보좌주교를 지내며 추기경의 속내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혔으며 추기경이 양아들처럼 그를 아꼈다는 후문이다.
그가 추기경이 2년여 동안 입원과 퇴원을 되풀이 하며 병마와 싸우던 순간들을 떠올리자 미사장에는 “정말 그렇게까지야…”라는 놀라움과 슬픔이 교차했다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소화도 안 되고 배설도 당신 뜻대로 안 되니 인간의 기본적 신체 기능이 거의 마비되어 갔습니다. 계속되는 육신의 한계 상황을 겪으며 정신적으로도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홀로 힘겹게 싸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싸움은 저희가 아무것도 도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주교의 입에서는 나오기 힘든 표현’까지 쓰며, “추기경이 겪는 고통에서 하나님의 심판의 두려움을 느꼈다”고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우리 추기경님, 무슨 보속(補贖·지은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할 것이 그리도 많아서 이렇게 길게 고난을 맛보게 하십니까? 추기경 정도 되는 분을 (하나님이) 이 정도로 ‘족치신다면’ 나중에 저희 같은 범인은 얼마나 호되게 다루시려는 것입니까? 겁나고 무섭습니다.”
추기경의 ‘선종’과 많은 사람들의 ‘애도’만이 부각되었던 이면에는 알려진 것과는 전연 다른 추기경의 영육간의 고통과 외로움이 있었고, 추기경이 겪는 고통을 지켜본 측근 인사는 앞으로 자신이 겪을 ‘심판에 대한 두려움’까지 느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