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우주론으론 설명 불가능한 거대 천체 발견

‘빅 링’과 ‘자이언트 아크’를 묘사한 일러스트. 파란 점이 빅링, 빨간 점이 자이언트 아크. 영국 랭커셔대 제공

지름 13억광년 거대 천체 발견
미국천문학회 회의서 발표

기존 우주론으로 설명 불가능한 거대 우주 천체가 발견됐다. 둥근 고리 모양의 이 천체는 지름만 13억 광년에 달해 ‘빅 링(Big Ring)’이란 이름이 붙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랭커셔대 제레미아 오록스 연구소 연구팀이 빅 링에 대한 관측 결과를 1월 11일(현지 시각)미국 뉴올리언즈에서 열린 제243회 미국천문학회(AAS)에서 발표했다.

연구팀은 은하의 분포를 3차원 지도로 만드는 천문 관측 프로젝트인 ‘슬로안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DSS)’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SDSS는 천체 관측을 위해 보다 넓은 시야각으로 설계된 뉴멕시코주 아파치 포인트 천문대의 2.5m 망원경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천체의 대규모 구조 식별을 위해 여러 통계 알고리즘을 사용했고 그 결과 지구에서 90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지름이 13억 광년에 이르는 고리 모양의 ‘빅 링(Big Ring)’이 발견됐다. 연구진에 의하면 빅 링은 지구에서 볼 때 밤하늘에 보이는 보름달 크기의 약 15배 정도로 보인다고 한다.

이번 관측은 현대 우주물리학이 제시하는 우주론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천문학계는 설명한다. 기존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의 물질은 우주 전체에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고, 다른 영역보다 특별히 더 많은 물질을 가진 영역은 없는 것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천체가 형성될 수는 있지만 단일 천체의 크기가 12억 광년을 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빅 링은 이와 같은 우주의 균일성을 깨는 불규칙한 천체라는 뜻이다.

문제는 빅 링과 같은 불규칙한 거대 천체가 전에도 발견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빅 링 발견에 앞서 2021년 6월 전체 길이가 약 33억 광년에 이르는 ‘자이언트 아크’를 발견한 바 있다.

또한 빅 링과 자이언트 아크의 공통점은 모두 목동자리 근처에서 발견됐다는 것인데, 이를 근거로 빅 링과 자이언트 아크가 서로 연결돼 있는 더 거대한 우주 시스템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알렉시아 로페즈 연구원은 “자이언트 아크, 빅링과 같은 이상한 천체가 계속 발견된다는 것은 기존 우주론을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며 “불완전한 현대 우주론을 보완할 새로운 우주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천문학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빅링과 자이언트 아크가 우주를 이루는 중입자 물질의 밀도가 변하면서 생기는 우주 ‘음향 파동’ 현상의 유형일 수도 있다는 가설도 제기된다. ‘끈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도 있다. 끈 이론은 우주가 만물의 최소 입자인 ‘점’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하는 빅뱅 우주론과 달리 ‘진동하는 끈’이 우주의 기본 입자라는 이론이다. 이에 의하면 우주 물질이 뭉치면서 일종의 대규모 단층선인 빅 링이 탄생했다고 한다.

바하마 고등연구소의 우주학자인 제니 바그너 박사는 이번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바그너 박사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는 아닌 것 같다”며 “이상한 대규모 천체가 계속 발견된다면 기존 우주론적 원리를 포기해야 한다 해도 놀라울 것이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