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 바란다

발행일 발행호수 2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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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4.15 총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여당은 무려 190석을 확보하여 개헌을 제외한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력한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집권 3년을 지났음에도 중앙정부에 이어 지방정부, 그리고 마지막 남은 의회권력까지 모두 확보한 유일한 정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음먹은 대로 국정운영이 가능하지만 동시에 모든 책임을 오롯이 져야 한다.

190석의 수퍼 여당은 국정운영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가 있을 때, 설득과 합의보다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국회 운영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굳이 타협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안건을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도 있고, 언제든 본회의에 상정하여 표결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운영의 기본 원칙은 합의 정신에 있다. 만일 야당이 반대한다고 패스트트랙을 남발하거나, 선거 결과 압도적 의석을 차지했으니 여당의 의제에 다수 국민이 이미 동의했다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해석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국민은 정반대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를 운영하기에 앞서 20대 국회가 왜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았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야당의 발목잡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4년 후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불명예는 21대 국회의 몫이 될 것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남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평가든 여당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야 의석에서 큰 차이 보였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백지 한 장 차이
당면 목표 설정과 정책 수립에서
국민의 의사를 가장 중심에 둬야

21대 국회와 문재인정부가 마주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일상적인 경제정책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이다. 상황이 워낙 엄중하다보니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재난구호지원금을 긴급히 주어야 할 정도다. 그러나 재난구호지원금은 일시적 방편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지금부터다. 기간산업이 일시에 무너질 위기에 처해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거나 채무보증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노조를 설득해 임금을 스스로 삭감하게 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1930년대 경제대공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와 경제구조가 유사한 북유럽 국가들이 채택한 조합주의는 노사정협의체를 통해 노조의 임금자제를 시작으로 위기 극복의 실마리를 찾았었다. 기업을 살리지 못하면 70년 경제발전의 성과는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은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을 시급히 재고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지난 3년 동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지속적으로 줄였고, 반면 정부로부터의 이전소득으로 간신히 현상유지만 해왔다. 탈원전정책은 멀쩡한 원전관련 기업들을 하루아침에 부실기업으로 바꾸어 놓았다. 예정되었던 신한울 3,4호기의 공사를 재개하는 것만으로도 지속가능한 좋은 일자리 수만 개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두 정책사례를 꼭 집어서 얘기하는 이유는 두 정책의 폐기나 철회 없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일자리 유지를 가장 중요한 당면 목표로 설정한 것은 사태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일자리 유지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시장기회를 제공하여 기업 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은 일자리를 만들기는커녕 없애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여야는 의석에서 큰 차이를 보였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백지 한 장 차이밖에 없다. 국민이 국회에 대해 실망하는 것은 의원들이 자신의 특권에 빠져 국민을 존중하지 않을 때이다. 서로 자신의 입장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좋으나 그 중심에는 언제나 국민과 국익이 있어야 한다. 새롭게 시작되는 21대 국회에서는 언제나 국민을 모든 의사결정의 중심에 두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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