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새해 신앙 에세이] 추도예배를 드린 후에 진동하던 향취

김영수 학생관장 / 마산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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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어릴 때 동화책을 보면서 소원 들어주는 누구누구가 나오면 그런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다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나는 늘 하나님은 그런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면 너무 가벼운 표현일까?

어머니, 할머니, 아버지께서 연이어 돌아가시자 더 이상 죄송하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할 수 없다는 현실 때문에 오랜 시간을 마음 아파하며 보냈다. 그분들이 돌아가신 날이면 하나님께서 기억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금식하며 지내기도 했지만, 순간순간 잘못했던 일이 떠오르는 날이면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곤 했다.

그러다가 한동안 드리지 못했던 추도예배를 다시 드리기 시작한 2004년의 일이다. 종교가 달라서 다른 방식으로 예를 갖추는 가족들에게도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시간을 알려줘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를 낼게 뻔했기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며칠 전부터 할 말을 준비했는데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기를 반복하다 예배 시간 직전에야 전화를 걸어 “오빠!! 7시부터 8시까지 엄마 추도예배 드릴 건데, 오빠도 같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버럭거리는 큰소리가 들리면 얼른 끊어버릴 참으로 전화기를 멀리했다. 그런데 조용한 목소리로 “그래 알았어”라는 소리가 들렸다. “어~ 그러니까… 그래서 오빠 알고 계시라구요.” “그래 알았어. 잘해.”

생각지 못했던 부드러운 반응이라 순간 멍해져서 다음 말이 떠오르지 않고 눈물까지 핑 도는 바람에 대충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내친김에 다른 언니 오빠에게도 예배드린다고 1시간 동안 생각하고 계시라고 말했는데, 모두들 ‘알겠노라’고 의외의 반응을 보여서 내가 도리어 당혹스러울 정도였다.

참 기분 좋게 예배를 드린 후 저녁을 준비하다가 가져 올게 있어서 2층에 있는 방으로 헐레벌떡 뛰어 올라갔는데, 그날따라 방에서 백합꽃 향기가 진하게 났다. 방문을 닫고 1층으로 뛰어 내려가다 문득 ‘내가 백합을 꽂아둔 적이 없는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방으로 돌아섰지만 방문을 열기가 주춤거려졌다. ‘분명 하나님께서 주시는 향취 은혜인데…’ 정말 조심히 문을 열고 다시 방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백합향이 방안 가득 차 있었으며, 그칠 줄 모르고 맡아졌다.

그날 이후 부모님만 생각하면 아파오던 마음이 거짓말 같이 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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