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새해 신앙 에세이] ‘앞에 앉은 할머니 아니고 뒤에 앉은 처녀’

문인환 관장 / 고흥교회
발행일 발행호수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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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신보 사진

하나님께서 무더기 심방을 하실 때의 이야기입니다. 오전에는 흑석동, 오후에는 영등포, 저녁에는 동작동에서 무더기 심방을 하시며 예배를 인도하실 때였습니다. 저는 하나님 말씀을 듣기 위해 예배가 끝나고 나면 ‘앞자리가 금 자리’라고 하신대로 금 자리에 앉기 위해 달음박질 해서 다음 예배 장소로 뛰어가곤 했습니다.

흑석동에서 예배를 인도하시며 하나님께서 ‘목사들은 원고를 써가지고 나와서 한 시간짜리 두 시간짜리 설교를 하지만 나는 억 만 가지 설교가 들어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은 저는 다음 예배 장소인 영등포에서 하나님을 기다리면서 ‘흑석동에서 하신 말씀이 아닌 다른 말씀을 하시겠구나’ 생각하며 귀를 나발통처럼 하고 기대를 하고 있는데 흑석동에서 하신 말씀을 영등포에도 똑같이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억 만 가지 설교 제목을 가지고 계신다고 하시더니 똑같은 말씀을 하시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무릎을 꿇은 다리를 ‘편안하게 앉자’하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는데 슬슬 졸음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옆에 앉아있는 언니한테 의심이 든다는 말도 못 하고 줄줄줄줄 의심이 들어오는데 감당을 할 수 없었습니다. 빨리 예배실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 하지만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어서 도저히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엔 하나님께서 설교를 하시다가 악신에 사로잡힌 사람, 의심하는 사람 등을 지적하시곤 하셨는데 별안간 하나님께서 ‘쉭’하시고는 무서운 눈빛으로 제가 앉은 곳을 바라보셨습니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하며 뒤를 돌아보고 사방팔방으로 다 봐도 하나님의 냉엄한 시선이 저한테만 오시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를 ‘콕’ 집어 바라보고 계시는데 ‘아이구 누구길래 빨리 좀 나오지’하고 하나님을 바라보고 있자니 하나님 손가락이 제가 있는 쪽을 계속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야 정신을 차리고 손을 꽉 끼고 무릎을 꿇고 있는데 손이 막 떨렸습니다. 속으로 ‘내가 떠는 것을 남이 보면 눈치를 채니까 떨지 말아야지’하고 힘을 주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내 앞에 앉아 있는 할머니가 어깨까지 떨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옳아! 이 할머니는 어깨까지 떨리고 있고 나는 손만 떨고 있으니까 내가 아닌가보다’하고 생각하는데 하나님께서 내 생각을 받아서 말씀을 하는 것처럼 갑자기 설교 중에 ‘앞에 앉아있는 할머니가 아니고 할머니 뒤에 앉아 있는 처녀’라고 지적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정신이 아찔한데도 너무나 신기해서 고개를 들고 하나님을 바라봤더니 “고개 숙이라우. 의심 마귀가 들어가지고 주위 사람들을 다 씌우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 무릎 위에 포개어 앉을 정도로 빽빽히 앉아 있던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나를 지적하시자 밀물처럼 물러가고 나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는 것이었습니다. 땅으로 꺼질래야 꺼질 수도 없고 고개를 들 수도 없는데 예배는 계속 되었습니다.

그제서야 저는 속으로 ‘과연 하나님이시구나. 하나님을 의심을 했으니 나는 지옥가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저는 지옥 갈 수 없다는 생각에 매일 이만제단에 가서 철야기도를 하며 밤낮을 울며 기도를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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