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억 살 넘은 블랙홀, 기존 우주이론 뒤집나
과학으로 여는 세계이번에 발견한 블랙홀은 탄생 시기에 비해 너무 거대한 질량을 갖고 있어서 현재 우주이론으로는 블랙홀의 성장 과정 설명할 수 없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천문 관측 역사상 가장 오래된 블랙홀을 발견했다.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대 질량을 갖고 있어 기존 우주이론을 수정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캐번디시연구소와 카블리 우주론연구소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진은 약 134억년 전 탄생한 초거대 블랙홀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2월 17일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현재 우주와 천체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인 표준모델에 따르면 블랙홀은 거대한 별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다. 중력이 강한 별이 폭발하면서 주변의 시공간을 왜곡하고 이로 인해 빛도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중력을 가진 블랙홀이 만들어진다. 이론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블랙홀의 최대 질량은 태양의 약 100배 수준이다.
블랙홀은 별의 폭발 잔해와 주변 물질을 강력한 중력으로 끌어들이면서 성장하는 만큼 질량을 바탕으로 대략적인 나이를 알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블랙홀의 질량을 분석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시기를 계산했다. 계산 결과 이 초거대 블랙홀은 제 나이에 비해 너무 거대한 질량을 갖고 있었다. 초거대 블랙홀이 현재 크기로 성장하는 데는 약 10억년이 필요한데, 실제 블랙홀의 탄생 시기인 134억년 전은 빅뱅이 일어난 후 4억년 밖에 안 된 시점이다. 이는 현재 이론으로는 블랙홀의 탄생 과정을 설명할 수 없고, 블랙홀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블랙홀이 태어날 때부터 예상치보다 질량이 컸거나, 주변 물질을 빨아들여 성장하는 속도가 다른 은하에 비해 5배 이상 빠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번 연구를 이끈 로베르토 마이올리노 교수는 “초기 은하는 가스가 극도로 풍부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블랙홀에게는 마치 뷔페와 같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블랙홀이 발견된 은하 ‘GN-z11’은 크기가 우리은하의 100분의 1 수준으로, 블랙홀이 은하 내 물질을 먹어 치워서 ‘GN-z11’의 성장을 막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블랙홀의 탄생 이론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블랙홀의 관측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해 더 많은 블랙홀을 관측하면서 기존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블랙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마이올리노 교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으로 인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며 “몇 달 혹은 몇 년 안에 이번 발견보다 더 오래된 초기 우주의 블랙홀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앞으로 우주의 초기 단계에서 블랙홀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