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을 감싸는 달콤하고 향긋한 향취 속에 스르르 잠이 들어
최영희 권사(2) / 덕소신앙촌집회가 끝나는 날 박 장로님께서는 다니던 교회를 잘 받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씀대로 저는 다니던 해성교회에 계속 나가면서, 한편으로 박 장로님께서 하시는 영등포 집회, 한강 집회, 서울 제2운동장 집회 등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수개월이 지나도록 박 장로님의 소식을 듣지 못했던 저는 이듬해인 1956년 봄에 불현듯이 ‘지금 박 장로님은 어디 계실까?’ 하고 궁금해져서 여기저기 수소문을 하여 원효로 전차 종점에 박 장로님 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원효로 3가의 박 장로님 댁에 직접 찾아가 보니 뒷마당에 기차처럼 기다랗게 생긴 예배실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모여 있던 분들이 이야기하시기를, 하루는 예배드릴 때 하늘에서 예배실 지붕으로 불기둥이 내려왔는데, 이를 본 사람들이 화재가 난 것으로 착각하여 소방차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했습니다. 참으로 놀랍고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원효로 구제단에 계속 다니면서 ‘금자리’라고 하신 앞자리에 앉기 위해 일찍부터 서둘러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예배 시간에 조금 늦게 갔더니 벌써 1층이 가득 차서 할 수 없이 2층에 앉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배를 드리던 중에 1층에 앉은 사람들 머리 위로 안개같이 뽀얀 것이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이 쏟아져서 나중에는 사람들 머리가 보일 듯 말 듯 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의 머리 위에는 계속해서 뽀얀 것이 내렸지만 바로 옆에 앉은 사람에게는 전혀 내리지 않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저는 ‘저 뽀얀 것이 무엇일까?’ 하며 그 신기한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난 어느 날, 하나님께서 ‘이슬같이 내리는 은혜’에 대해 말씀하실 때 예전에 제가 본 것이 바로 이슬 같은 은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하나님께서 예배를 인도하실 때면 몇 시간씩 연이어서 설교를 계속하셨습니다. 성경 구절을 하나하나 풀어 주시며 ‘동방, 땅 끝, 땅 모퉁이, 해 돋는 곳에 나타나는 동방의 일인’과 ‘이슬 같은 은혜를 내리시는 감람나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셨습니다. 한 주제를 가지고 며칠에 걸쳐 설교를 하시는데 그 말씀이 너무도 재미있어서 자연히 그다음 날을 기다리게 되었고 한 시간도 놓치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3일 동안 계속 제단에서 철야를 하며 새벽예배와 저녁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예배가 끝난 후 잠시 예배실에 앉아 있던 어느 순간, 배 속에서부터 목구멍까지 시원한 물이 점점 차오르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입을 열면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올 것처럼 그 느낌이 너무도 생생했고, 가슴이 말할 수 없이 상쾌하고 시원해져서 ‘이게 웬일이지?’ 하며 의아할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그 시원한 물이 배 속에 차오른 뒤부터는 무엇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사흘 동안 철야를 하느라 제대로 식사를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아서, 친구가 주는 누룽지도 먹지 않고 가방 속에 넣어 두었습니다. 그 후 하나님께서는 “그 배에서 생수가 강같이 흐르리라.”라는 성경 구절을 말씀하시면서 “하늘에서부터 내리는 생수는 심령을 시원케 할 뿐 아니라 육신의 힘도 주시기 때문에 몇 날씩 금식해도 배가 고프지 않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저는 배 속에 시원하게 차오르던 물이 바로 생수를 체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효로 구제단에서 저는 주일학교 반사를 하며 주일학생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아직 어린아이들이었지만 마음을 모아서 간절하게 찬송을 부르고 친구들을 열심히 전도하는 모습을 볼 때면 ‘하나님께서 얼마나 예뻐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56년 여름에는 하나님과 함께 주일학교 반사들이 우이동으로 소풍을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동그랗게 모여 앉아 맛있는 간식을 먹은 후에 나무가 울창한 공터에서 릴레이경기를 벌였습니다. 그때 릴레이를 하시며 힘차게 달리셨던 하나님의 모습이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어서, 그 사진을 볼 때마다 함께해 주신 소중한 시간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그 후 경기도 부천에 소사신앙촌이 건설되면서, 저는 부모님과 둘째 언니와 함께 1958년 소사신앙촌에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과부의 빵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빵을 굽는 작업을 맡게 되었는데, 당시 카스텔라와 앙꼬빵, 크림빵 등 여러 종류의 빵이 인기를 끌어서 주야로 교대를 하며 바쁘게 생산했습니다. 그때 저는 휴무일인 토요일이면 동료들이 벗어 놓은 흰 가운과 앞치마, 모자를 깨끗이 삶아서 빤 후에 빳빳하게 풀을 먹여서 차곡차곡 개켜 두었습니다. 그렇게 빨래를 할 때면 기분 좋게 작업복을 입을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제 마음도 무척 즐거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빨래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방 안 가득히 시원한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말로 다 할 수 없이 향긋한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눈을 떠 보니 방 안 어디에도 바람이 들어올 곳이 전혀 없는데 어찌된 일인지 너무도 신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 몸이 자꾸만 공중으로 둥둥 떠오르는 느낌이 들어서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습니다. 가슴속에 한없는 기쁨이 솟아올라 저도 모르게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면서 ‘하나님, 저에게 이 귀한 은혜를 주십니까.’ 하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온몸을 감싸는 달콤하고 향긋한 향취 속에서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