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숭이를 보라’
스페인 동북부 보르하 시에 사는 여성화가 히메네스는 지난해 이 지역 한 교회의 훼손된 벽화를 복원한 뒤 큰 비난을 받게 되었다. 사정인즉 19세기에 그려진 예수의 벽화가 훼손돼 이를 복원하면서 원작과는 전혀 다른 원숭이 모습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만화에나 나올 법한 원숭이 그림에서 가시관을 쓴 예수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원작 화가 후손들은 큰 충격을 받았고 스페인 언론은 역사상 최악의 복원으로 작업을 망쳤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원숭이 모양의 예수 벽화는 엉뚱하게도 히메네스는 물론 지역 사회에 뜻하지 않은 부(富)를 안겨주게 된다. 히메네스의 작품이 인터넷에서 ‘이 사람을 보라’라는 원제목 대신 ‘이 원숭이를 보라’라는 제목으로 인기를 끌면서 이 ‘실패작’을 보기 위해 지금까지 7만여 명의 관광객이 작품이 있는 시골 교회로 몰려왔기 때문이다. 교회는 관광객들로부터 입장료를 받아 거액의 수익을 올렸고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변 지역 경제도 덩달아 활성화됐다. 교회는 앞으로 ‘원숭이 예수’ 그림을 컵, 우산, 포도주병 등 기념품에도 새겨 넣을 방침이다. 화가 히메네스도 큰돈을 벌게 된 것은 물론이다.
‘이 사람을 보라(Behold the Man)’라는 원제목은 요한복음 1장 29절에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이 사람을 보라’에서 딴 것인데 그것이 ‘이 원숭이를 보라(Behold the Monkey)’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대박이 났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것은 사람들이 예수를 떠올릴 때 전자(前者)의 이미지보다 후자(後者)의 이미지로 의식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 아닐까? 히메네스는 “이제야 모든 사람이 기쁘게 된 것 같다”고 말하면서 이 원숭이 예수 그림을 자신이 의도적으로 그린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잘못 그린 것인지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