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35> 악을 필요로 하는 종교에 대하여

세계 종교 탐구 <35>
발행일 발행호수 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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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종교에는 선한 신에 대항하는 악마 또는 악마적 존재가 있다. 일반적으로 악마는 사람을 악으로 유혹하고 멸망하게 하는 사악한 존재로, 종교는 악마를 무찌르고 악마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선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런데 전지전능하고 절대적으로 선한 신이 있는데 왜 악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여러 종교에서 가르치는 악마들을 살펴보고, 종교가 사람들의 기대처럼 악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검토해볼 것이다.

▣ 악마란 어떤 자들일까?

악마라는 개념은 비종교인들 사이에도 보편화되어 ‘남을 못살게 구는 아주 악독한 사람’을 비유하여 악마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종교에서 가르치는 악마란 어떤 존재일까?

불교에서 악은 유혹, 호색, 죄, 죽음을 대표하는 악마인 ‘마라(魔羅)’로 인격화된다. 마라는 ‘사람의 마음을 홀려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고 불도 수행을 방해하여 악한 길로 유혹하는 나쁜 귀신’으로, 사악한 존재이자 부처의 적으로 나타난다. 마라의 왕 파피야스는 중생들이 감각적 쾌락에 빠지고 욕망을 일으킬수록 수명이 늘어나고, 절제하는 중생들이 많아지면 수명이 줄어들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부처와 중생들을 유혹한다고 한다.

<자료1> 석가모니를 유혹하는 마라의 세 딸들
불교에는 유혹, 호색, 죄, 죽음을 대표하는 ‘마라’라는 악마가 있다. 불교의 경전에선 마라가 석가모니의 수행을 방해하는 일화들이 많이 나온다. 마라는 딸들을 시켜 여색을 통해 석가모니를 유혹하기도 했다. 마라의 세 딸들은 서른두 가지 교태를 보이며 젊은 청춘을 좌선수행에 낭비하지 말고 자신들과 즐겁게 놀자고 유혹한다. 이러한 일화들은 석가모니의 내적 갈등이 타자화된 표현으로 이해된다고 한다. (출처: angkordatabase.asia)

석가모니의 일생은 출가, 고행과 깨달음, 열반으로 요약되는데 그 모든 과정에서 파피야스가 등장한다. 인도 카필라 왕국의 왕자였던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할 때, 마라가 나타나 ‘왕국을 다스릴 기회가 오니 가지 말라’며 외쳤다고 한다. 또 나이란자나강의 기슭에서 곡기를 끊고 고행을 하던 때에는 “고행자여, 그대는 몹시 야위었다. 안색도 좋지 않구나. 그대에게 죽음이 가까이 오고 있다. 세상에서 목숨처럼 소중한 것은 없다. 목숨이 있어야 선행도 할 수 있다. 베다 경전을 공부하고, 불을 향해 제사를 지내며 공덕을 쌓으면 된다. 노력의 길이란 가기 힘들고 실천하기 힘들고 도달하기 힘들다.”라며 어려운 고행을 하지 말고 기존 인도의 종교인 브라만교(힌두교의 전신)의 전통을 따르라고 종용했다. 마라는 딸들을 시켜 여색을 통해 석가모니를 유혹하기도 했다. 마라의 세 딸들은 서른두 가지 교태를 보이며 젊은 청춘을 좌선수행에 낭비하지 말고 자신들과 즐겁게 놀자고 유혹했다고 한다.<자료1> 마라는 색을 통한 유혹이 통하지 않자 ‘부처가 되거나 해탈하는 것은 이룰 수 없는 일이니 세상의 지배자가 되거나 천상에 올라 내 자리를 이으라’며 권력을 제시하기도 한다. 불교의 경전들에 나타나는 마라의 존재와 마라를 물리치는 일화들은 석가모니의 일생에 거친 내적 갈등이 타자화된 표현으로 이해된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가 악마의 유혹을 물리치고 깨달음을 얻은 부처로 존경받는 반면, 힌두교에서는 석가모니를 악마나 악인이 베다의 가르침으로 올바른 수행을 하여 힘을 얻지 못하도록 그들을 그릇된 가르침인 불교로 인도하여 파멸시키기 위해 나타난 자라고 여긴다.

고대 페르시아에서 발흥한 조로아스터교는 세상을 선과 악이 싸우는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바라본다. 조로아스터교의 악마는 파괴와 불의와 죽음의 힘을 가진 앙그라 마이뉴로 수하에 다에바라는 악마들을 거느리며, 최고신 아후라 마즈다와 대립하는 존재다. 인간들은 선과 악의 싸움에서 한쪽을 선택해야 했는데, 올바름을 선택하면 선한 신과 한편이 되는 것이고, 진리를 져버리면 악령과 한패가 되는 것이었다. 선의 편에 선 사람은 악의 괴롭힘으로 인한 슬픔과 고난을 견뎌야 했지만, 조로아스터는 이 싸움 끝에 선의 세력이 승리하리라고 확신했고, 마지막 날에 모든 죽은 자와 산 자가 선업과 악업에 따라 심판받고 선한 자들은 천상의 영원한 복락을 누리게 될 것이라 예언했다고 한다.

위와 같이 선신과 악신으로 나뉘는 조로아스터교의 이원론적 유일신 사상은 유대 민족의 종교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페르시아는 유대 민족을 바빌론 유수에서 해방시켜준 국가였고, 자연히 페르시아의 국교였던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게된 것이다. 유대교를 비롯한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같은 아브라함계 종교들에게 악마는 ‘적대자’라는 뜻으로, 신과 대립하여 존재하는 악(惡)을 인격화한 것을 이른다.

<자료2> 사탄의 유혹으로 선악과를 따는 이브
아브라함계 종교의 공통경전인 구약 성경 창세기에 따르면 악마는 태초부터 존재했다. 그들의 창조신은 최초의 인간이라는 아담과 이브에게 에덴동산 중앙에 있는 과일은 먹지도 만지지도 말라며 명령했는데, 말하는 뱀이 나타나 ‘저 과일을 먹어도 넌 죽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선악을 알게되어 신처럼 될 것’이라 이브를 유혹했다. 일반적으로 이 뱀의 정체는 사탄이라 해석된다. (출처: artstation.com)

아브라함계 종교의 공통경전인 구약 성경 창세기에 따르면 악마는 태초부터 존재했다. 그들의 창조신은 최초의 인간이라는 아담과 이브에게 에덴동산 중앙에 있는 과일은 먹지도 만지지도 말라며 명령했는데, 말하는 뱀이 나타나 ‘저 과일을 먹어도 넌 죽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선악을 알게되어 신처럼 될 것’이라 이브를 유혹했다. 일반적으로 이 뱀의 정체는 사탄이라 해석된다.<자료2> 악마는 경전 속 최초의 인간 이브, 아브라함계 종교에서 믿음의 조상으라 불리는 아브라함, 그리스도교의 신이자 교주인 예수 등을 유혹하며 경전 곳곳에 등장한다.

<자료3>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죽이려는 순간 천사가 막는 장면
아브라함의 신은 아브라함의 신앙심을 시험하기 위해 그의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한다. 아브라함은 망설임 없이 아들을 데리고 칼을 챙겨 산에 올라간다. 아들이 제물로 바칠 어린 양은 어디 있냐고 묻자 신이 준비해주실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계속 데리고 간다. 아들을 데리고 가는 도중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 “이보시오, 아브라함! 당신 어리석은 짐승이오? 왜 말년에 얻은 귀한 아들을 죽이려는 겁니까?”라며 말렸다. 이에 아브라함은 그가 사람의 모습으로 위장한 사탄이라 생각했고 “사탄아! 물러가라!”라며 돌멩이를 던지자 악마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는 아들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났다. (출처: 위키피디아)

아브라함의 신은 아브라함의 신앙심을 시험하기 위해 그의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한다. 아브라함은 망설임 없이 아들을 데리고 칼을 챙겨 산에 올라간다. 아들이 제물로 바칠 어린 양은 어디 있냐고 묻자 신이 준비해주실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며 계속 데리고 간다. 아들을 데리고 가는 도중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 “이보시오, 아브라함! 당신 어리석은 짐승이오? 왜 말년에 얻은 귀한 아들을 죽이려는 겁니까?”라며 말렸다. 이에 아브라함은 그가 사람의 모습으로 위장한 사탄이라 생각했고 “사탄아! 물러가라!”라며 돌멩이를 던지자 악마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는 아들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났다.<자료3>

<자료4> 광야의 유혹
예수가 악마에게 세 가지 유혹을 받는 장면이다. 예수가 악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성인임을 주장하는 일화로 자주 사용된다.
(출처: 위키피디아)
<자료5> 사탄 피규어
사탄은 돈, 권력, 성욕을 이용하여 인간을 나쁜 길로 유혹한다는 그리스도교 최대의 악마이자 악마들의 왕이다. (출처: 아마존)

예수도 악마의 유혹을 겪었다고 한다. 악마는 예수가 40주야를 단식한 상태에서 나타나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이 돌더러 빵이 되라고 해보시오.”라고 얘기했다. 예수가 거절하자 그를 거룩한 도시로 데리고 가서 성전 꼭대기에 세우고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뛰어내려 보시오”라고 얘기한다. 예수는 또 거절했고 이번엔 아주 높은 산으로 예수를 데리고 가서 세상의 모든 나라와 그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며 “당신이 내 앞에 절하면 이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라고 얘기했다고 한다.<자료4>

그리스도교에서 돈, 권력, 성욕을 이용하여 인간을 나쁜 길로 유혹한다는 최대의 악마이자 악마들의 왕은 사탄이다.(구사노 다쿠미,『환상동물사전』, 도서출판 들녘, 2001.)<자료5>

사탄의 기원은 일반적으로 천사장이 타락해 생겨났다고 한다. 신은 루시퍼라는 천사를 총애해 자신을 대신해서 하늘의 운행과 땅의 일부를 다스릴 권한을 부여했는데, 루시퍼는 교만해져 자신이 신이 되고자 다른 천사들을 유혹해 역모를 꾀한다. 이를 알아챈 신은 노여워하며 루시퍼와 그 일당들을 하늘로부터 추방했고, 루시퍼는 이에 대한 반감으로 신과 인간의 관계를 단절시켜 신의 계획을 방해하겠다고 결심한다. 그래서 그리스도교에서는 이러한 마귀가 마치 굶주린 사자가 먹잇감을 찾듯 세상을 돌아다니며 인간들을 사냥한다고 가르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여러 종교에는 다양한 악마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인간의 욕망을 이용하여 유혹하는 자, 자신들이 믿는 신에 대항하는 자임을 알 수 있다. 어느 종교든 욕망이 삶을 지배하는 삶에 사는 사람들은 악마에 사로잡힌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악마를 만들어 물리치다

종교들은 악마를 사악한 존재, 공포의 대상, 물리쳐야 할 존재로 가르치고,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자신들의 종교라 주장한다. 자신들의 교주나 신이 악마를 물리치는 일화를 선전하고, 악마를 물리치는 방법을 설교하고, 악마가 무엇인지 가르친다. 악마의 존재를 믿게 된 사람들은 종교의 편에 서게 된다. 그렇게 악마를 규정하는 쪽은 선신이 된다.

<자료6> 힌두교의 악신 아수라와 천신 데바들
인도의 힌두교에서는 천신 데바와 악마 아수라가 태초부터 싸움을 벌인다. 당시 인도와 적대적이었던 페르시아의 조로아스터교에서는 힌두교와 반대로 천신이 아후라, 악마가 다에바로 불린다. (출처: 위키피디아)

역사적으로 종교들은 한 문명이 일군 신들을 자신들의 신들로 갈아치울 때, 기존의 신들을 악마의 자리로 좌천시키는 경향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인도 힌두교의 선신 데바와 악신 아수라의 관계는 페르시아의 국교인 조로아스터교에서 정확히 반대의 개념으로 표현된다. 즉 힌두교에서는 데바(Deva)들이 선한 신들이고 아수라(Asura)들은 악의 화신인 반면,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선신들이 아후라(Ahura)이고 악신들은 다에바(Daeva)로 표현된다.<자료6> 이는 당시 많은 전쟁으로 서로 적대적이었던 인도와 페르시아의 관계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그리스는 대지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 거인족들을 악령으로 만들며 자신들의 올림포스 신들을 격상시켰다. 하지만 그리스에 그리스도교가 발달하자 그리스의 신들은 귀신이 되었다. 그리스도교의 경전을 보면, 그리스뿐만 아니라 바알, 아세라 등 타종교의 신들도 악마로 등장한다. 예언을 하던 그리스의 무녀는 귀신들린 자로 표현했으며, 마법을 행한다던 시몬 마구스에게는 마음이 바르지 못하고 악을 품었으며 시기가 가득하고 죄에 사로잡혀 있다고 표현하였고, 후대의 그리스도교인들은 그를 인간의 형상을 한 악마라 비난했다.

<자료7> 사탄이 안식일에 모인 마녀들에게 연설하는 모습을 묘사한 목판화
중세 시대, 대기근과 페스트, 종말론의 확산 등으로 사회가 혼란해지자, 이는 악마와 내통하는 마녀의 소행이라며 마녀사냥이 일어났다. (출처: 위키미디어)

그리스도교는 성경의 일화처럼 현실에서도 타종교의 신, 점을 치거나 마법을 사용한다는 자 등을 악마로 규정하고 그들을 퇴치해 나갔다. 그들의 눈에는 토착신을 섬기던 원주민들은 악마를 숭배하는 자들이었고, 개종을 시키거나 죽임으로써 악마의 손에서 그들을 구원해 주었다. 중세 시대 때는 대기근과 페스트, 종말론의 확산 등으로 사회가 혼란해지자 이를 악마의 하수인인 마녀의 소행이라며 마녀들을 사냥하고 나섰다.<자료7> 1484년, 당시 로마 가톨릭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는《지고의 것을 추구하는 이들에게(Summis desiderantes affectibus)》 교서를 통해 사악한 마녀의 행실에 대한 보고와 처벌을 권했다.<자료8>

<자료8> 로마 가톨릭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와 그의 교서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는 1484년 《지고의 것을 추구하는 이들에게(Summis desiderantes affectibus)》 교서를 통해 사악한 마녀의 행실에 대한 보고와 처벌을 권했고, 1486년 그의 인가로 마녀사냥 교본인『마녀의 망치』가 출판되었다.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이 책의 저자에게 감사장을 보내기도 했다. (출처: 영국 국립 박물관, 코넬대 도서관)

“최근 우리들 귀에는 참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남녀 할 것 없이 자신의 구원을 잊어버리고, 로마 가톨릭 신앙으로부터 벗어나 악마에게 자신을 의탁하는 신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도의 권위에 따라 이 지역의 해당 종교재판관이 범죄에 대한 교정, 투옥 및 처벌의 진행을 허용할 것을 선언합니다. 각 지역의 왕이나 영주들은 종교재판관들을 도와서 마녀와 마법사를 처벌하는데 협력하기를 바랍니다.” -1484년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의 교서

1486년, 도미니쿠스 수도회의 수사인 요하네스 슈프랭거와 하인리히 크래머는 교황의 인가 아래 『마녀의 망치』라는 마녀사냥 교본을 출판한다. 마녀의 색출법과 고문법이 담긴 이 책은 1600년까지 28판이나 발행될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이 책의 저자 슈프랭거에게 그의 종교적 열의와 노력을 기려 특별히 감사장을 보낸 바 있다. 그리스도교는 교황의 허락하에 수많은 사람들을 악마와 마녀로 몰아 몰살시키고 서양의 주류 종교로 자리잡게 되었다.

▣ 사라지지 않는 악마들

악마를 물리치는 방법을 설교하고, 자신들의 신이 악마로부터 인류를 보호해준다고 주장하는 수많은 종교들이 출현했음에도 세상에는 아직도 악랄한 범죄 사건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돈, 권력, 성욕을 이용하여 인간을 나쁜 길로 유혹한다는 사탄은 사라지지 않고 과거부터 축적되어 온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자료9> 요한 23세 학교 캠프에서 학생들과 사진 찍은 성범죄자 페드라하스 신부
볼리비아의 시골마을에 있는 요한23세 기숙학교에서 교장으로 있었던 페드라하스가 생전 남긴 고백록 형태의 일기가 뒤늦게 공개되었다. 그의 일기에는 페드라하스가 1971년부터 볼리비아에 머물며 최소 85명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자백이 담겨있었다. 또한 선임 성직자들이 그의 범행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출처: 엘 파이스)

지난달 8일, 인구 1200만 명의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인 볼리비아에서 사제들이 아동을 포함한 170여 명에게 성적 학대를 가해왔다는 폭로가 있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과거 사제 훈련을 받던 중 성추행을 당했다는 페드로 리마는 “아이들은 지옥에서 살았다. 학대 사제들은 낮에는 성인이었고 밤에는 악마였다”며, 학대자들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나쁘고 가치없는 사람이라고 믿도록 세뇌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한 명의 사제가 한 일탈 행위가 아니라 학대가 계속 일어날 수 있도록 서로 눈감아주는 구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폭로는 2009년 사망한 스페인 출신 성직자 알폰소 페드라하스가 생전 남긴 고백록 형태의 일기가 뒤늦게 공개되면서 불거졌다.<자료9> 페드라하스가 1971년부터 볼리비아에 머물며 최소 85명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자백이 담겨있던 것이다. 선임 성직자들이 그의 범행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 8일,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스티븐 사우어라는 사제가 17명의 남성에게 마약을 투여하고 성추행하여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성폭행, 강간, 비디오 관음증, 마약 및 마약 도구 소지 등의 혐의를 받았고 이를 인정했다. 브라질에서는 아동 성학대 사제들에게서 성추행 지침서와 같은 일기가 발견되었다. 그 학대 매뉴얼에는 ‘아버지가 없고 미혼모에 의해 양육되는 7~10세 사이의 가난한 아이들’을 노리라고 적혀 있었다.

이와 같은 사건들은 인간이 욕망에 지배되어 일으킨 범죄들이다. 악마란 어떤 자들인지 앞서 살펴본 바, 종교들의 가르침대로라면 이 사건들은 악마의 소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종교는 악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해주는 곳이라 믿었을 피해자들의 믿음에 대한 보답인가?

“전지전능하고 절대적으로 선한 신이 있는데 왜 악이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은 철학적, 신학적 난제 중 하나이다.<참고자료1-에피쿠로스의 역설>

이 문제에 대해 신과 악의 공존이 필연적이라는 견해가 있다. 악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이 선하게 되며 악마가 존재하기 때문에 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자료10> 그렇다고 해서 종교의 유지를 위해 악마를 필요로하고 악마를 만들어내라는 말은 아닐 것이다.

<자료10> M.C.Escher,『희생양 The Scapegoat』,1921
악마는 신의 그림자, 신성의 어두운 면으로 나타남이 표현된 목판화. 신과 악의 공존이 필연적이라는 신학적 견해가 있다. 악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이 선하게 되며 악마가 존재하기 때문에 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출처: spondergallery)

마녀사냥이 사라진 현대에도 ‘적을 상대로 근거 없는 무차별 공격을 가하는 경우, 기득권이 다른 견해를 지닌 인물에 대하여 위협이나 표적 수사를 하는 경우’ 등에 마녀사냥이란 단어가 사용된다. 중세 때부터 뿌리내린 잔인한 몰아가기, 악마 만들기 현상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병폐를 불러일으킨 마녀사냥이 과거의 실수 정도로 일단락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나 맹목적 믿음에 불과하다.

『중세의 잔혹사 마녀사냥』의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저술을 마무리 했다. “지금 우리 곁에도 종교의 이름으로 여전히 이런 유사한 잘못을 저지르는 경우는 없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인간의 영혼을 위로하고 선한 사회 만들기에 앞장서야 하는 종교의 순기능은 져버리고 자신들의 사리사욕만 일삼는 종교라면, 우리는 과감히 이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에피쿠로스의 ‘신의 역설’

“전지전능하고 절대적으로 선한 신이 있는데 왜 악이 존재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은 철학적, 신학적 난제 중 하나이다. 철학자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다음은 콘스탄티누스 1세 치하 신학자 락탄티우스에 의해 에피쿠로스가 한 말로 전해지는 내용으로, 서양에서는 에피쿠로스의 역설(Epicurean paradox)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
(서기 전 341~271)

신은 악을 막을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전능하지 않은 것이다.

악을 막을 능력은 있는데 의지가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악한 것이다.

악을 막을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도대체 이 세상의 악은 어디에 기인한 것인가?

악을 막을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그를 신이라 불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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