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에 대한 이중잣대
북한의 심각한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의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0차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는 ‘북한인권결의안’이 압도적 표차로 통과되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서의 잔혹한 고문과 형집행, 영아살해 등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북한의 인권상황을 조사·보고하는 특별보고관제를 신설하였다. 그러나 지난해 표결에 불참했던 한국 정부는 이번에는 기권함으로써 북한 인권에 소극적임을 드러냈다.
현재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는 인류 보편의 기본권 보장은 고사하고, 화학무기 개발을 위해 사람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삼는가 하면 체제에 위협적인 인물은 재판도 없이 정치범수용소로 보내거나 공개 처형하는, ‘인권 침해’ 의 문제가 아닌 ‘인권 말살’에 관한 이야기가 되고 있다.
인권은 모든 사람의 천부(天賦)의 권리라는 개념은 북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북한은 ‘반혁명분자’에 대한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가지고 고문과 구타, 재판절차의 생략, 즉결처형, 불법구금 및 강제노동이 자행되고 있다.
북한 인권문제의 또 하나의 비참한 측면은 수백 만 명이 굶어 죽는 식량난과 기아사태이다. 북한은 이러한 식량난과 기아문제를 자연재해 탓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수백만이 아사(餓死)했다는 것은 분명히 북한체제의 비효율성과 폐쇄성 때문에 생긴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북한 정권이 북한 인민의 ‘행복 추구권’을 앗아간 인권의 문제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입만 열면 인권을 주장하는 남쪽의 단체들과 우리 정부가 정작 북한 인권에 대하여는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북한 인권을 거론하면 남북관계에 장애가 조성될까 두려워 개입을 꺼린다고 한다. 인간 생존의 기본인 인권문제를 제기하는데 무엇 때문에 북한정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가? 대북원조와 ‘햇볕 정책’도 궁극적으로 북한 인민들에게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자는 것이 아닌가?
신음하는 북한 인민들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침묵하고 북한정권이나 체제에 대해서는 무비판과 관용을 베푸는 것이 오늘날의 대한민국 ‘진보주의자’들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그들은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면 무조건 ‘보수 우익’의 당파성, 혹은 냉전적 사고라고 오히려 역공함으로써 그들의 이중성과 허구성을 드러낸다. 정부는 이제라도 정정당당히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그 해결을 위한 정책 수단들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