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게임이 남긴 것
북한이 대포동 2호라는 미사일을 곧 발사할 듯 거치대에 세워놓고 미사일 게임을 벌인 이유는 세계에 위기감을 조성해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미국으로 하여금 자신들과의 협상에 응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북한은 1998년 이 카드로 이미 재미를 본바가 있었다. 당시 북한은 대포동1호를 발사한 후 클린턴 정부와 협상 끝에 결국 미사일 개발 중단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하는 합의를 이끌어 냈던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그때만 생각하고 이번 모험을 다시 감행했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은 그때와 사정이 정반대가 됐기 때문이다. 9.11이후 강경해진 부시 정부는 북한을 ‘불량 국가’로 지목하고 북한과는 어떠한 양자 협상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금융제재를 비롯한 전방위 대북 압박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부시 정부는 북한에는 대화보다 압박이 주효하다는 것을 터득하고 있는 듯 하다.
북한의 미사일 게임에 대한 한.미.일 공조에는 1998년과 2006년 사이에 큰 차이가 드러났다. 그때는 한.미.일 3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저지에 보조를 같이했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미국과 일본은 경제제재 강화와 경수로사업 지원 중단 같은 강경조치를 경고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게임에 강력 대응을 천명했지만 정부는 여유 작작 태평이었다.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일체 언급이 없었고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은 미사일보다 인공위성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까지 했다.
이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도 방어용이라느니 일리가 있다느니 하고 옹호해 온 바가 있었지만, 수백만 인민이 굶주리는 후진국 정권이 과학기술 분야의 꽃인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사치를 부리려 한다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었다고 하겠다. 매사에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다가 북한의 오만을 너무 키워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 걱정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 와중에서도 남북이 참석한 6·15선언 기념 행사장에서는 반미와 미군 철수의 구호가 난무하고, ‘우리 민족끼리’라는 민족공조론이 강조되었다. 정부는 이 자리를 빌어서 북한에 미사일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하지만 북한은 오직 경제원조에만 남한을 상대할 뿐, 핵문제나 미사일문제 같은 것에 대해서는 정부와 대화 자체를 기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준다.
아무튼 미국과 일본의 강경대응에 북한이 한발 물러서서 미사일 발사 게임은 진정되었다. 이번 사태의 전말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북한에 대한 효과적 대응방법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가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우리 정부의 미온적인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우려를 지울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