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은 마약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이탈리아에서 더욱 엄격한 마약법을 추진한 가톨릭교회가 정작 성직자들의 마약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 드러나
발행일 발행호수 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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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부터 발행된 영국 계간지 뉴휴머니스트(New Humanist)가 바티칸의 마약문제에 대해 보도했다. 기사를 작성한 가브리엘레 디 돈프란체스코는 성직자들의 마약 문제와 관련된 바티칸의 불투명한 형사 사법 시스템이 가톨릭의 심각한 도덕적 위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여 지면에 싣는다.


“알고 보면 흔한 일이에요” 동성애자 데이트 앱인 그라인더(Grindr)에 한 남성이 쓴 글이다. 그는 가톨릭교회 내에서 마약을 이용한 파티를 목격했거나 참여했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가톨릭과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2024년 3월 이탈리아 중부의 고속도로에서 차를 추락시킨 신부가 코카인 양성 반응을 보였다는 소식이었다. 경찰은 그의 운전면허를 취소했지만 기소하지는 않았다. 이것이 그 신부의 첫 사건도, 가톨릭교회의 첫 사건도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가톨릭 신부들이 마약을 사용하거나 거래한 사례는 자주 뉴스에 보도되어 왔다. 2015년에는 코네티컷에서 메스암페타민 판매 조직을 운영하던 한 신부가 5년형을 선고받았다. 2016년 북아일랜드에서는 스티븐 크로산 신부가 나치 기념품으로 가득한 방에서 코카인을 흡입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2024년 2월 스페인에서는 비아그라 밀매 혐의로 한 신부가 체포되었고, 교회로부터 일시적으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가톨릭 사제 루이지 카포치

하지만 더욱 큰 사건은 2017년에 발생했다. 바티칸 헌병대가 이탈리아 경찰과 협력하여 바티칸 궁전에서 성직자 고위 간부들이 연루된 마약, 난교 파티를 급습한 것이다. 이로 인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핵심 고문인 코코팔메리오 추기경의 비서이자 가톨릭 사제인 루이지 카포치가 체포되었고, 이후 그는 바티칸에서 정직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카포치는 감옥에 가는 대신 바티칸이 운영하는 “영적 피정”으로 보내졌다.

바티칸은 독립된 도시국가로서 자체 경찰과 입법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탈리아 법이 바티칸 법체계의 일부를 이루지만, 이탈리아 경찰은 바티칸 영토 내에서 관할권이 없다. 바티칸에서 가장 중요한 법률 형태는 가톨릭교회의 교회법인데, 이는 가톨릭 신앙에 따라 “범죄”로 간주되는 행위와 “죄”로 간주되는 행위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티칸에는 교도소가 세 개뿐인데, 문제를 일으킨 성직자들은 대개 교도소가 아닌 피정 시설로 보내진다. 이러한 은둔처와 바티칸 법원 시스템은 불투명한 베일에 싸여 있다.

이후 카포치 사건은 조용히 묻혔다. 그러나 이와 비슷한 파티들이 로마에서 흔하다는 소문은 끊이지 않으며, 마약을 사용하는 성직자에 관한 뉴스들은 계속해서 보도되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않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종류의 마약 사용에 반대한다”고 자주 언급했지만, 자신의 교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마약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은 거의 없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가톨릭이 마약 사용에 대한 강력한 법률을 옹호했으면서, 정작 이탈리아 성직자들은 국민들과 같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그들의 위선뿐만 아니라 바티칸 형사 사법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투명성 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법을 만들고 법을 회피하다

두 명의 기자, 에마누엘라 프로베라와 페데리코 툴리는 2018년 이탈리아에서 형사 처벌을 받고 있는 성직자의 수를 알아내려고 했지만, 6건의 사례만 찾을 수 있었고, 그 중 마약 범죄와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성직자들이 마약 소지와 관련된 사건으로 언론에 자주 보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건이 묻히거나 바티칸 내부에서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카포치의 사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주교들은 스캔들을 피하기 위해 문제를 일으킨 사제들을 비공식적이고 비밀리에 처리하며, 그들을 바티칸 소유의 피정의 집으로 보내곤 한다.

이탈리아 무신론자 및 합리주의자 연합(UAAR)의 법적 소송을 담당하는 아델레 오리올리는 평신도와 바티칸 성직자들 사이의 이러한 차별적 처우는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어째서 사제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도덕적, 법적 특권을 누리는 것입니까?”라고 비판한다.

물론 범죄 행위가 심각한 경우 성직자는 교회에서 추방되고 이탈리아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22년 시칠리아에서는 로사리오 부케리라는 교도소 사제가 재소자에게 마약을 공급하고 불법 총기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되어 이탈리아 법원에서 5년 8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탈리아 법 체계에서도 성직자에게는 특권이 주어진다. 우선 교황청과 이탈리아 국가 간의 협정에 따르면 경찰은 성직자에 대한 형사 고발을 제기하기 전에 성직자의 상관에게 통보해야 한다. 게다가 교회 구성원들은 경찰에 형사 범죄를 신고할 의무가 없다. 이 두가지 특별한 메커니즘이 성직자들이 이탈리아 법에 따라 완전한 사법심판을 피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궁전 파티와 “곤경에 처한 사제들”

많은 증언에 따르면, 바티칸 국경 밖 로마 중심부에 흩어져있는 가톨릭 소유의 아름다운 궁전에서 마약을 이용한 파티가 열렸다고 한다.

“파티는 로마의 집들에서 열렸습니다. 주로 성 베드로 광장에서 로마 시내로 이어지는 길인 콘칠리아치오네 거리에 있었습니다” 라고 레오나르도는 1990년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그곳은 아무도 살지 않았고, 마치 명망 있는 궁전 같았어요. 침실이 있었지만 거의 비어 있었고, 넓은 응접실과 프레스코화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19세였던 레오나르도는 바티칸에서 일하는 친구를 통해 이 모임을 알게 되었고, 사제 및 주교들과 함께 세 번의 파티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성관계를 하지 않았으며, 학대의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대마초를 피웠고, 다른 사람들은 더 강한 약물을 사용하고 성행위를 했다고 믿고 있다.

이탈리아 무신론자 및 합리주의자 연합(UAAR)의 아델레 오리올리는 언론에 보도되는 성직자의 마약 사용 사례는 아마도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들이 변호사들로부터 “잊혀질 권리”를 근거로 기사 삭제 요청을 받는다고 했다. 또한 오리올리는 이탈리아 경찰이 성직자와 관련된 범죄 사건을 진행하지 않고 교회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며, 교회는 이에 대한 데이터를 전혀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문제의 규모를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의 깊이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비록 초점은 아동 학대에 맞춰졌지만, 프로베라와 툴리의 2018년 저서 『신의 정의(Giustizia Divina)』는 교회가 세속적 정의를 어떻게 피해 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연구 과정에서 저자들은 이탈리아 전역에 있는 외딴 빌라, 수도 시설, 그리고 폐쇄된 수도원을 활용해 운영되는 17개의 바티칸 소유 성직자 치료소를 발견했다. 이 치료소들은 주로 소아성애 문제를 겪는 사제나 알코올, 도박, 포르노 중독과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제들을 “치료”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하지만 이곳들이 마약 중독 프로그램도 제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동성애도 “치료”해야 할 “질병” 목록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소에 대한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 책은 바티칸의 자료를 인용하여 “곤경에 처한 사제들”, 즉 교회가 어떤 죄나 범죄로 유죄 판결을 내린 사제들이 모든 수도자들의 최소 8~10%를 차지한다고 보고했다. 치료소가 환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주기적으로 파일을 파기하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자들은 “곤경에 처한 사제들”이 “교회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더 가혹한 입법을 추진하다

오늘날 바티칸은 과거처럼 이탈리아 정치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지는 않지만, 여전히 마약에 대한 태도와 정치적 논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종종 가톨릭 교리와 이념적 논쟁을 언급하곤 한다.

이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극우 정당 내 고위 인사들에서 잘 드러난다. 멜로니의 비서이자 마약 위원회를 주재하는 알프레도 만토바노는 근본주의 가톨릭 단체인 알레안차 카톨리카(Alleanza Cattolica)의 일원이다. 그는 2023년 비엔나에서 열린 유엔 마약 위원회 세션에서 마약의 자유화를 “자살을 허용하는 것”과 동일시 하며 공개적으로 강하게 반대했다.

바티칸에서 미사를 진행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이러한 입장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톨릭 교리의 입장과 일치한다. 교황은 2014년 대마초 합법화에 반대하며 “마약 중독은 악이며, 악과는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이 입장은 올해도 반복되었다. 앞으로 이탈리아 현 정부는 마약 사용에 대한 형량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탈리아 대마초 합법화 캠페인의 전 상원 의원이자 의장인 마르코 페르두카가 지적했듯이, 바티칸 소유의 병원은 대마초를 진통제로 사용할 수 있다. 그는 교회가 자기 일에 있어서는 “훨씬 더 실용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죄”로서의 약물 중독

이 문제에는 또 다른 우려스러운 측면이 존재한다. 바티칸은 중독으로 고통받는 성직자를 위한 휴양 센터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약물 남용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평신도를 지원하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의 중독 치료 시설 대부분은 교회 공동체와 바티칸 소유 병원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많은 공적 자금이 가톨릭으로 흘러들어간다. UAAR(이탈리아 무신론자·합리주의자 연합)는 많은 공적 자금이 가톨릭 기관으로 들어가지만, 그 혜택이 중독 치료를 받는 이탈리아인들에게 돌아가는지는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오리올리는 “기도로 약물 중독을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가톨릭 관련 센터에서 활동하는 고백 심리학자들은 종종 비과학적 방법을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들은 공적 감시를 피해 어떤 치료법이 사용되는지, 공적 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확인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렇게 투입된 공적자금 덕분에 2023년 바티칸은 10억 유로를 벌어들였으며, 멜로니 정부의 새 법령에 따라 올해부터는 더 많은 자금이 교회가 운영하는 중독 치료 시설에 할당될 예정이다.

교회는 위기에 처해 있는가?

불투명한 정보로 인해 바티칸 내에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이는 마약 복용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 일부 사람들은 이것이 가톨릭교회가 직면한 더 심각한 존재론적 위기의 한 증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성직자 부족 위기로 인해 성당은 비어가고, 사제가 되기 위해 훈련받는 학생의 수는 줄어들면서 성직자들의 삶은 더욱 외롭고 고립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클라우디오(가명)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와 스위스 루가노에서 데이팅 앱을 통해 평신도로 위장한 성직자들과 신학생들을 만났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 중 일부가 성관계 중에 엑스터시(MDMA)와 코카인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클라우디오에 따르면 그들은 “매우 능숙한 사용자”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들은 마약 사용은 와인을 마시는 것과 같다고 설명하며 현실을 도피하는 방법이라고 말했으며, 마약 사용이 성직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버티게 해준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클라우디오는 그들 안에서 어떤 어두움을 느꼈다. 그는 “그들의 행동에는 항상 매우 공격적인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일종의 절박한 과잉, 무감각, 끔찍한 괴로움”이라고 말했다.

위선과 처벌 면제는 가톨릭 시스템의 부산물이다. 바티칸은 이탈리아 법이 요구하는 법적 책임을 외면하며, 자신들이 유지하는 강경한 마약 정책의 결과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피하고 있다. 성직자들을 이탈리아 법의 엄격함으로부터 보호하면서도, 중독 문제를 더 나은 방법으로 다룰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은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수년간 교회의 학대 문제를 조사해 온 에마누엘라 프로베라는 성직자들이 극심한 심리적 고통으로 인해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의 신학적 구조가 이러한 고통을 정당화한다”고 말하며, 스스로를 도울 수 없는 성직자들이 다른 중독자들을 돕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녀는 사제들의 고통에 동정심을 느끼지만, 이제는 교회에 들어서는 것조차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저는 학대 시스템의 공범자가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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