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감자칩이 된 예수? 이탈리아 감자칩 광고 논란
가톨릭 수녀들이 성찬식에서 빵 대신 감자칩을 먹는다는 발상의 이탈리아 TV 광고가 신성모독 논란 끝에 방송 중단 명령을 받았다.
4월 10일(현지시각)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광고 규제기구인 IAP가 유명 과자 브랜드인 아미카(Amica)의 감자칩 TV광고에 대해 방송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문제의 30초짜리 광고는 수녀들이 성찬식을 준비하는 영상으로 시작한다. 이때 원장 수녀가 성찬기에 제병(얇은 빵) 대신에 감자칩을 채워 넣는 장면이 나온다.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가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가운데 수녀들이 제단을 향해 줄을 서고, 신부가 첫 번째 수녀의 입에 성체를 넣자 ‘바삭’하는 소리가 난다. 성찬기에 빵 대신 들어있는 감자칩을 보고 놀란 신부와 수녀들이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는 원장 수녀가 감자칩을 맛있게 먹고 있는 장면이 나오며 광고는 끝이 난다.
성체는 가톨릭에서 예수의 몸을 상징하는 빵이다. 신자들은 성체를 두 손으로 받고 씹지 않고 혀로 녹여 먹을 정도로 신성하게 여기는데, 광고가 이러한 성체를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공개와 동시에 거센 비판에 휩싸인 것이다.
가톨릭 TV 시청자 협회인 아이아르트(AIART)는 성명을 내고 “이 광고는 수백만 명의 가톨릭 신자를 불쾌하게 하고, 신성한 대상을 경시했다”고 비판했다. 가톨릭 일간지인 아베니레(Avvenire)도 사설을 통해 “그리스도가 감자칩으로 전락했다. 2000년 전처럼 비하되고 모욕당했다”고 분노했다.
방송 중단 명령으로 인해 해당 광고는 더 이상 방송에서는 볼 수 없지만, 이 결정은 방송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는 여전히 광고를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이와 같은 논란에 대해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예수가 빵으로 변하는 건 되고 감자칩은 왜 안되냐?’, ‘수많은 전쟁과 살육에도 무기력한 그들이 감자칩이니 빵이니 그런 것에만 관심인 집단’, ‘감자칩이 뭐 어때서?’, ‘그냥 믿기 위한 핑계일 뿐이지 너무 관습에 얽매여 있음’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