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연기 없는 환경’을 만들자
지난 5월 31일은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세계 보건기구는 ‘담배 연기 없는 환경(Smoke Free Environment)’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특히 간접 흡연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전 세계 모든 공공장소를 금연지역으로 지정 할 것을 권고했다.
간접 흡연이란 비흡연자가 흡연자의 담배 연기를 흡입하는 것을 말하는데 4천종이 넘는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고, 그 가운데 50종 이상이 발암 물질로 구성된 단 한 모금의 담배 연기를 간접 흡연 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몸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국에서 간접 흡연으로 한 해 사망하는 근로자가 적어도 2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흡연의 폐해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졌으나 간접 흡연의 피해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흡연관련 사망자 5명중 1명이 간접 흡연으로 목숨을 잃을 만큼 간접 흡연은 무서운 것으로 파악됐다. 세계 보건기구가 지난 6년 동안 130여 나라의 13살에서 15살 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가 가족이 피운 담배 연기에, 60%가 공중 이용 시설에서 담배 연기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PC방에서 208명의 남성을 조사했더니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서 혈장 내에서 담배연기 등에 포함된 발암물질이 크게 증가한 것이 발견되었고 오락실, 만화방은 물론 실외 공원 등 만남의 장소에서도 비흡연자를 일정시간 머무르게 한 뒤 실시한 소변검사에서 다량의 니코틴이 나왔다고 한다. 이것은 보통 하루 한 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 수준으로, 흡연 관련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 것이라는 것이다.
한국건강관리협회는 “한해 폐암으로 사망하는 국내 여성 2,270여 명 가운데 800여명은 남편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흡연 배우자를 가진 사람은 폐암 발생률이 30%, 심장병 발생률이 40% 증가한다.”고 했다.
세계 최대 담배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에서 간접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매년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흡연은 비흡연자에 대한 ‘소리 없는 살인’이며 무차별 독가스 테러인 셈이다.
간접 흡연 피해의 심각성에 비추어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간접 흡연의 피해를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모든 직장의 실내와 공원, 해변 등을 포함한 공공장소를 즉시 금연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사업주와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서울시가 최근 버스 정류장과 아파트 등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하기로 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도 간접 흡연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법률 제정과 금연 정책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흡연자는 흡연이 자해 행위이자 자살 행위일 뿐 아니라 남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폭력 행위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흡연자 뿐 아니라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간접 흡연에 노출된 비흡연자를 보호하기 위해 ‘담배 연기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