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망국(亡國)’의 암영(暗影)
성과금 지급을 둘러싸고 현대차 노조가 또 뻔뻔한 파업을 벌이자 이번만은 여론을 등에 업은 회사가 법과 원칙대로 불법 파업을 종식시키기를 간절히 바랐던 국민은 또다시 노조에 굴복하는 회사의 태도를 보면서 허탈과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현대차 노조의 횡포로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넘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사회적 권력기관이 되었다. 생산 현장이 노조의 통제 아래 넘어가 노조의 허락 없이는 작업 배치와 공정 변경은 물론, 신기술의 개발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하지 않고 놀면서 월급을 받는 500여 명의 ‘노동 귀족’ 전임자들을 위해 회사는 그들의 자동차 기름 값에 심지어 교통 범칙금까지 물어 준다고 한다. 그들은 파업의 중단을 미끼로 수 억원의 검은 돈을 수수(授受)하고 온갖 이권에 개입하는 등 비리를 저지르기까지 한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거의 매년 파업을 벌여 파업일수가 300여일을 넘었고 생산차질이 100만대에 달했으며 회사의 손실은 수 조원에 이르렀다. 천문학적 이익을 내면서도 무분규(無紛糾)에 임금을 동결하는 도요타 노조와 비교하여, 현대차 노조 같은 조직은 회사만의 암적인 존재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에도 ‘노조 망국’의 음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한때 일본이나 미국에도 극렬 노조가 존재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회사가 망하면 노동자도 설 곳이 없게 된다는 단순한 진실을 곧 깨달았고, 마침내 파업은 사라지고 노사 상생(相生)의 길을 모색하게 된 지가 오래다. 문제는 현대차와 같은 우리 나라 노조가 선진국 노조와 같은 의식의 변화를 아직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어설픈 진보주의자들은 한국 사회에서 노조는 사회의 비리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진보세력의 한 축이 되어야 한다며 부추기고 있지만, 그들은 극렬 노조가 국가 경쟁력을 뿌리채 흔들고 그 결과는 자신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 파업이 활개를 치는 것은 이들을 굴복시킬 국가 지도자의 비전이 없다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일찍이 레이건 대통령은 항공 관제사들이 불법 파업에 돌입했을 때 항공기 운항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관제사 1만3000여 명 전원을 해고하고 이들의 재취업까지 철저히 금지함으로써 법과 원칙을 관철했다. 이와 같은 지도자의 확고한 의지 아래 미국에서는 불법 파업이 사실상 근절되었던 것이다. 또 만성적 경제 불황이 극렬 노조 때문임을 간파한 대처 수상은 정치 생명을 걸고 노조와 대결하여 마침내 영국병(英國病)을 치유하고 장기 호황의 길을 열 수가 있었다. 노조의 불법을 알면서도 표가 떨어질까 봐 말 한 마디 못하는 우리 나라 정치가들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불법 파업을 일삼는 극렬 노조는 이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가 경제의 동력을 파괴하는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나라에도 그들의 불법을 척결할 수 있는 비전 있는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