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가지고 사는 노후생활
우리나라 60세 이상 80세까지의 노인 10만명 당 자살자 수가 49명으로 한국인의 전체 평균 19명을 크게 상회하고 지난 한 해에만 노인들이 하루 10명 꼴로 모두 3,600여명이 자살했는데 이는 3년 전보다 57%나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는 가운데 나타난 노인자살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인들이 자살하는 가장 큰 원인은 경제문제와 질병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60세 이상 노인의 대부분은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 노인의 50%가 가난에 시달리고, 이중 10%는 정부의 지원이 없이는 끼니를 잇지 못한다고 하며 65세 이상 노인 34만여명이 치매를 앓고 있고 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독거(獨居) 노인도 64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열악한 사회적 요인보다 더 큰 괴로움은 심리적 외로움에서 온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살한 노인의 50~87%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인데 그 원인은 산업사회와 함께 급속히 진행된 전통적 가족관계의 해체, 이에 따른 자식들의 무관심과 박대, 노인복지제도의 미비, 사회적 무관심 등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효행을 근간으로 한 우리의 전통적 가족관계가 사라진 것이 노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오늘날의 노인 세대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있게 한 희생의 세대다. 어떤 신문에서는 이 노인 세대가 부모에게 효(孝)를 행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로부터 효를 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고 하였다. 이 시대의 노인들은 전쟁과 가난의 역사를 헤쳐 나오며 온갖 고통과 역경을 극복해 왔지만 그에 합당한 대우를 국가로부터도, 자식들로부터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관련 예산은 고작 전체의 0.4% 수준으로, 10%가 넘는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의 3.7%, 대만의 2.9%와 비교해도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노인복지 문제는 국가가 오늘날의 노인 세대에게 크나큰 정신적 물질적 부채를 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다루어야 하며 그들이 최소한의 품위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사회복지제도가 잘 갖춰진다 해도 그것만으로 황혼의 노인세대가 만족함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길을 다 살아온 그들이 이생이 아닌 다음 세계에 대한 산 소망을 가질 수 있다면 비로소 그들은 기쁨을 가지고 생의 마지막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국가사회나 가족이 아닌 진정한 종교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