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전쟁
6·25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금년 앤드루 새먼(Salmon) 더타임스지 서울특파원이 6·25전쟁을 다룬 책 ‘마지막 한 발(To the Last Round)’을 냈다. 그는 “6·25는 유엔이 치른 첫 전쟁, 냉전시대에 벌어진 첫 혈전, 미국과 중국이 직접 교전한 유일한 전쟁으로써 큰 의미가 있지만 지금껏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점이 책을 쓴 동기”라고 했다. 그것보다도 저자는 한국전쟁이 정작 한국에서는 잊혀지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을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 호주 출신 참전용사 한 명은 깔깔거리는 서울의 어린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아이들은 참 떠들썩하고, 명랑하고, 행복해 보이는군. 그때는 안 그랬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고 어떤 이는 한국의 발전상을 보며 “참전이 내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줬다”고 보람차 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폐허를 딛고 일어나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되었고 외국의 원조 없이는 살 수 없던 최빈국에서 벗어나 이제는 다른 나라를 도와주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산업화 시기를 거쳐 민주화 시대를 열면서 6·25전쟁과 유엔 참전용사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산업화 세대가 그들을 기억하고 고마워 한다면 민주화 세대는 오히려 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요즘에 자라는 G세대들은 아예 6·25를 먼 나라 이야기 정도로 치부한다.
저자 새먼은 한국에서는 ‘잊혀진 전쟁’이지만 참전 유엔군 용사들에게는 한국의 오늘이 있게한 특별한 전쟁이었다고 강조한다. 워싱턴의 참전 용사 묘비명에 새겨진 “자유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고 얻은 것이다” 라는 글처럼 오늘의 한국이 있게한 참전 유엔군의 피의 대가를 잊는다면 그것은 국민의 도리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