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식 가톨릭
재앙의 땅 아이티에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영혼을 기린다며 15만 명의 사람들이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광경이 TV에 방영되었다. 그런데 그 예배를 드리는 모습이 한참 기괴하였다. 경건하게 예배의식을 갖는 것은 고사하고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괴상한 몸짓을 하면서 사람들이 춤을 추었던 것이다. 마치 무당이 거품을 품고 춤 추는 광경을 연상하기에 족하였다.
그 내력을 알고 보니 아이티의 종교는 부두교라는 아프리카의 토속신앙과 가톨릭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가톨릭의 제의적 요소에 아프리카 토속의 주술적 요소가 혼합된 것이라는 것이다. 부두교 신자들은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로아(loa)라고 불리는 수많은 정령을 믿는다고 하는데 로아는 토속 신, 아프리카 신, 조상, 가톨릭의 성인 등을 의미한다. 부두교의 종교의식 때는 수많은 신도가 집회 장소인 신전에 모이는데 이곳에서 사제의 인도에 따라 노래하고 북 치고 춤 추고 기도하며 때로는 동물의 희생 제사를 포함한 의식을 집전한다고 한다. 바로 TV에서 본 아이티 사람들의 예배 모습 그대로이다.
중남미 대륙은 유독 가톨릭이 강세를 보이고 가톨릭 신자가 많기로 이름난 곳이다. 이번에 비극의 땅이 된 아이티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무당과 같은 주술신앙과 의식을 가톨릭에 접목하여 아이티식 부두교 혹은 아이티식 가톨릭을 만들었고 그것을 1천만 아이티 사람들이 믿어 왔다니 그 사람들이 끔찍한 비극을 당하고서도 어디 제대로 된 정신적 위로를 받을 곳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