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적 시장 경제
끊임없이 부를 재창조해 준다고 굳게 믿어왔던 미국식 시장경제 주의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오히려 세계의 경제 위기를 자초하고 국가 신용이 강등되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하면 가장 훌륭한 복지 모델로서 선망의 대상이 돼 왔던 유럽식 분배 모델이 국가부도 위기로 내몰리게 됨으로써 바야흐로 어떻게 하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오늘날 세계인의 초미의 관심사가 돼 버렸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통령이 앞으로의 기본적 국정 철학으로 ‘공생 발전’을 제시했다. 대통령은 “기존의 시장경제가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며 “탐욕경영에서 윤리경영으로, 자본의 자유에서 자본의 책임으로, 부익부 빈익빈에서 상생번영으로” 경제모델이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는 시장 만능주의를 극복하는 한편, 정부의 재정 고갈을 불러오는 복지 포퓰리즘도 경계하고 가진 자들이 배려하자는, 한계를 드러낸 ‘탐욕적 자본주의’를 수정해 나가자는 의미일 터이다. 한편으로는 무상급식 제도를 둘러싸고 주민투표가 실시될 예정인가 하면 차기 유력 대선 주자는 퍼주기식 복지는 안된다며 자립과 자활을 위한 ‘맞춤식 복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미 반세기 전부터 자립과 자활을 모토로 건설됐던 신앙촌이 전 세계에 회자됐던 ‘새마을 운동’의 기원이 된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일체 사양하고, 스스로 땀흘려 일한 결실을 구성원의 복지만을 위해서 나누는 신앙촌의 기업 이념이야말로 ‘온정적 시장 경제’의 모델임이 틀림없다. 열심히 일한 이윤을 오로지 구성원의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행복만을 위해 쓴다면 그 이상의 모델은 지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온정적 시장 경제’가 실제로 이뤄지느냐 아니면 말 잔치에 그치고 마느냐 하는 것인데 말 잔치와 실제의 차이는 결국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마음’ 여하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