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의 의미
2014년 새해를 앞두고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등 각 종교 지도자들이 신년사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요즘 종교의 현주소를 알 수가 있다.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통일과 세계평화를 앞당기자.”(조계종 종정), “이웃과 사랑하는 삶을 산다면 누구나 행복해진다.”(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사랑과 용서는 모든 종교에 단골로 등장하는 말이다. 그러나 증오와 분열의 사회적 현실을 극복하는데 종교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자신들조차 싸움을 일삼고 있다면 그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노동자들이 기쁨으로 일하는 세상, 시민이라는 마음을 나누는 세상, 민족이 화해하고 하나 되는 세상이기를 소망 운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종교인이 하는 말인지 시민단체가 하는 말인지 구분할 수가 없는 것은 종교가 가야할 길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는 증거이다.
“넉넉한 마음을 기르고, 깊은 지혜를 닦고, 남모르게 베푸는 덕행을 쌓자.”(원불교 종법사) “걱정 근심 번뇌덩이 본래 있었더냐. 언제나 밝고 깨끗한 본성의 빛을 바로 보아라.”(천태종 종정) “행복이란 우리 내면에 지혜와 덕성을 고루 갖춘 자기 본래 모습이 있음을 자각할 때 온다.”(태고종 종정) “나라의 지도자가 함께 정법(正法)에 귀 기울여서 자주와 화해의 심전(心田)을 가꾸자.”(진각종 정사) “세상이 흔들릴수록 원형 문명과 시원 역사로 돌아가 온고지신(溫故知新)으로 내일을 기약해야 한다.”(증산도 종도사) 다 같이 마음을 갈고 닦자는 말은 좋은데 마음이 어디에 있고 그것을 어떻게 닦는지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니 모두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할 뿐이다.
종교가 제 역할을 다 하면 국가와 사회의 근본 문제들이 술술 풀려나간다. 국가와 사회가 부패하는 것은 종교에 그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