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박영석
해발 8850m의 세계 최고봉(最高峰) 에베레스트 남서벽. 6500m의 캠프2에서 8400m의 캠프5까지 약 2000m에 걸쳐 수직에 가까운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진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산맥을 통틀어 마칼루 서벽, 로체 남벽과 함께 가장 오르기 힘든 마(魔)의 루트다. 에베레스트의 20여 개 등반 루트 중 남서벽 루트는 영국 팀과 옛 소련 팀이 만든 두 개밖에 없었다.
박영석 원정대가 지난 5월 20일 14시간 20분간의 사투 끝에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해 정상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에 처음으로 ‘코리안 루트’를 연 것이다. 박영석 대장은 히말라야 14좌 완등(完登), 7대륙 최고봉 완등, 3극점 도달 등 산악 그랜드슬램을 세계 최초로 달성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한 번 국내외 산악계를 놀라게 했다.
산악인 박영석은 말했다. “내 안에는 두개의 내가 싸운다. 하나는 ‘이제 그만하면 됐다’하고 다른 하나는 ‘여기서 멈추지 말고 계속 도전하라’고 한다. 전자를 따르면 몸은 편해지나 발전이 없고, 후자를 따르면 보람은 있으나 생명을 걸어야 한다.” 그는 또 말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면 끝이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것이다. 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기가 하는 일에 생명을 걸어라. 그리하면 세상이 달라보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쯤되면 그는 산악인의 경지를 넘어 종교인의 경지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