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위로

발행일 발행호수 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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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사고에 온 국민이 같이 우는 것은 사랑하는 아들과 딸을 잃은 부모의 애끓는 아픔이 전염된 때문이었다. 진정한 눈물의 힘은 이처럼 울리고 퍼지는 것이 깊고도 넓다. 눈물뿐 아니라 말이나 행동에도 진정성이 없으면 결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게 되는데 이러한 진정성의 문제는 특히 종교인에게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종교계의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위로 메시지라는 것을 보면 진정성이란 찾아 볼 수 없어 뜻있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번 참사로 아프고 고통 받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기를 기도한다” 라든가, “한국의 여객선 참사 희생자와 가족에게 평화를 주는 기도를 하자” 라고 하는 것은 일반인이 하는 말이 아닌 종교인의 말이라면 그 진정성이 문제가 된다. 종교인의 말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그들이 어떤 종교적인 힘이든 권능으로든 실제로 상처받은 가족들의 마음에 힘을 주고 평안을 준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러나 슬픔에 잠긴 유족들이 정말로 그 마음에 위로와 평안을 받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종교인이 공허한 겉치레의 말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위선이다. 유가족의 아픔에 동참하고자 전국에서 연인원 수만 명의 보통 사람들이 현장을 찾아 슬픔에 젖은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간병 수발을 하고 빨래라도 도와주려고 자원 봉사를 한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진정성도 없고 위로를 줄 힘도 없는 종교인들의 말 뿐인 말은 차라리 소박한 실천에 나선 자원봉사자들 보다도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유족들의 슬픔을 모독하는 것이 될 것이다.

온 세상이 위로에 목말라 하는 지금, 진정 위로를 줄 수 있는 종교는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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