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假面)무도회
가톨릭은 그 역사 속에 녹아있는 전쟁과 폭력 대신 평화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전쟁의 위기가 고조됐던 2014년 6월, 교황 프란치스코는 적대관계에 있던 이스라엘 대통령과 팔레스타인 대통령을 초청해서 함께 기도하고 서로 껴안게 하는 깜짝 이벤트를 연출했다. 교황의 중재로 적대국 정상이 서로 화해 하고 기도한다는 것으로 평화의 사도로서의 교황을 선전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곧이어 터진 팔·이스라엘 전쟁으로 2,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1만 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오는 대참사가 벌어지는 바람에 교황이 얻고자 했던 평화의 가면은 허망하게 벗겨지고 말았다.
가톨릭은 중세에 이교도가 점령한 예루살렘을 탈환한다는 명분으로 십자군 전쟁을 일으켰다. 종군자는 모든 죄를 사해 주고 천국에 가게 해준다는 교황의 면죄부를 내걸고 200년 가까이 계속된 십자군 전쟁은 그 잔혹성으로 악명을 떨쳤다. 십자가를 앞세우고 진군하는 십자군은 닥치는 대로 민간인을 살육하고 도시를 파괴했다.
라울 드 카엥이라는 종군 병사는 “십자군은 이교도 성인들을 커다란 솥에 넣어 삶아 죽였고 아이들은 꼬챙이에 꿰어 불에 구워 죽였다. 예루살렘의 큰 거리나 광장에는 사람의 머리나 팔다리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신전이나 모든 벽은 물론이요, 말을 탄 기사가 잡은 고삐까지 피로 붉게 물들었다”라고 당시의 참상을 연대기에 기록해 놓았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유대인을 6백만 명이나 가스실로 보냈던 히틀러가 젊었을 때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다는 사실도 평화의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가톨릭에는 찜찜한 대목이다. 최근에도 가톨릭은 교황의 노벨 평화상을 적극 추진하였지만 이루어지지 못해 또 한 번의 가면무도회도 실패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