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탐구 <11> 악마를 쫓아내는 의식의 뿌리에 대하여
세계 종교 탐구 <11>생채기투성이의 소녀는 침대에 손발이 묶인 채 몸부림을 치고 있고, 옆에는 한 사제가 성경책을 펼친 채 주문을 읊고 있다.<자료1>
“전능하신 예수의 명령이다! 신의 종에게서 떠나라! 그리스도의 권능으로 내치노라!”
소녀는 더욱더 무서운 얼굴로 욕설과 저주를 퍼붓는다. 사제는 소녀에게 성수를 뿌리기도 하고 손으로 십자가를 그려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구마 의식을 하고 있는 영화「엑소시스트」의 한 장면이다. 「엑소시스트」는 1949년 8월 미국 동부 메릴랜드에 살던 한 소년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되었으며, 퇴마 전문가가 보기에는 “구마 지식이 상당히 정확하고 실화에 근거를 두었다”고 평가하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소재인 ‘구마(驅魔)’는 사람이나 사물에 들어간 악마를 쫓아내는 행위이다. 질병의 원인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던 고대에는 병에 걸리는 이유가 악령이 몸에 들어왔기 때문이라 생각했고, 악마를 쫓아내는 구마 의식은 일종의 치료법이자 부정한 것을 제거한다는 정결(淨潔) 의식이었다. 의학이 발달한 현대에서, 이런 행위들은 괴담이나 영화의 소재 정도로 치부되고 있지만 구마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못 진지한 의식이다. 어떤 단체에서는 지금도 구마 행위가 공식적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현대의 구마 의식은 고대의 구마 의식과 다른 점이 있을까?
이번『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구마 의식의 뿌리에 대해 알아본다.
‘구마사제가 악마에 씌인 사람에게
거룩한 물을 뿌리며 기도문을 읽으면
마귀가 쫓겨나가게 되고 그 사람은 깨끗해진다.’
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보편적인 구마 의식이었다. 메소포타미아의 구마 기록은 서기전 2700년대 수메르의 점토판에 처음 나타났으며, 의식에 사용하는 기도문까지 상세히 기록하여 후대에 전해졌다. 수메르가 멸망한 이후에도 구마 의식은 계속되었고, 수메르어를 사용하지 않는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수메르어와 그들의 언어인 악카드어를 병기하는 이중어(二重語) 사본을 만들면서까지 기록을 이어왔다. 이후에도 몇 세대에 한 번씩 점토판을 계속 필사하며 서기전 200년대까지도 전승된 기록이 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수메르의 구마 사상과 의식은 후대에 생겨난 종교들에 반영되었고, 전반적인 형식과 핵심 사상이 수메르와 유사한 종교도 찾아볼 수 있다.
▣ 구원자의 원조, 물의 신 엔키
수메르는 다신교 사회로 다양한 신이 있었다. 그 중 구마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은 물의 신 ‘엔키’이다.<자료2> 엔키는 ‘구마의 신’이자 ‘구원의 신’이기도 했다. 물의 신인 엔키가 왜 구마와 구원의 신인 것인가? 그것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풍토와 전통적인 종교관에서 기인한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건기와 우기가 뚜렷이 나뉘는데, 건기에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으며, 들판은 메마르고 동물은 갈증에 쓰러지며 인간은 40도 이상의 고온에서 죽음과도 같은 삶을 이어가야 했다. 이 같은 시기에 땅에서 솟아오르는 지하수는 수메르인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들에게 물은 곧 생명이자 구원을 주는 원동력이었고, 물은 거룩한 것으로서 악귀를 쫓을 수 있다고 믿었다.
수메르의 전통적인 종교관에는 두 가지 구원자의 모습이 있었다. 악을 쫓는 ‘구마사제’와 풍요와 다산을 약속하는
‘왕’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메소포타미아 사회의 전통 의례인 정결례와 성혼례를 통해 수행되었다. 정결례(淨潔禮)는 구마사제가 거룩한 주문을 읽음으로써 마귀를 쫓아버리는 예식이며, 성혼례(성스러운 결혼)는 왕이 여사제와 혼례를 함으로써 그해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예식인데, 이를 주관하는 구마사제의 신과 풍요의 신이 엔키의 두 아들이었다. 바빌로니아 시대에서도 엔키의 아들이 구마사제이자 왕의 역할을 하며 바빌론의 구원자로 숭배되었다. 엔키가 구원의 신이며, 아들에게 구원의 역할이 전승된 것을 알 수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이러한 종교관을 정리하자면 ‘신의 아들’이 구원의 역할을 이어받아 ‘구마사제’와 ‘왕’의 모습으로 구원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후대에 나타난 이스라엘 민족에게도 구마사제나 왕이 백성의 메시아로 활동한다는 전승이 있었다. 이스라엘 민족이 세운 한 종교에서는 메시아를 이렇게 정의한다.
메시아는 왕이나 대제관(구마사제)으로 뽑혀,
머리에 기름 부음(축복)을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직책을 수여받은 자이다
-가톨릭 용어사전
그들의 전승대로 악귀를 몰아내고 병든 사람들을 치유했다던 구마사제이자 이스라엘의 왕으로 불린 메시아가 서기전 4년에 탄생하였다. 메시아란 ‘구원자’를 뜻하는 히브리어(그리스어로는 그리스도)로, 그는 현재까지도 구원자로서 신봉받고 있다. 한 고대 근동 학자는 이를 두고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구원사(史)가 이어져 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 구마의 핵심, 거룩한 물과 소금
수메르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다 저승에 가지만 한이 맺힌 원혼들은 악귀가 되어 밤마다 땅 위로 올라와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산 사람을 유혹하여 병들게 하고 괴롭힌다고 믿었다. 따라서 이 악귀에 사로잡힌 사람은 구마 의식이라는 정결례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었고, 수메르에서 정결례는 가장 중요한 의례 중 하나였다.
수메르의 기본적인 구마 의식은 거룩한 물을 환자나 그 주변에 뿌리며 기도문을 읽는 것이다. 이때 향을 피우거나 소금, 불, 기름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물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었다.
물은 다른 종교에서도 정화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힌두교는 갠지스강에서 목욕을 하면 죄와 괴로움을 씻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슬람교는 몸을 정화시키기 위해 예배를 드리기 전 우두라고 하는 세정식을 한다. 가톨릭에서는 사제가 소금을 넣어 기도한 물을 성수라고 하는데, 이 성수로 악을 내쫓고 죄를 씻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물이 정화의 힘을 갖는다는 개념의 발상지는 수메르였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소금도 악귀를 퇴치하는 물질로 사용되었다. 다음은 소금이 정화의 의미를 가지는 것을 보여주는 점토판의 내용이다. 마귀를 쫓는 주문이 적힌 점토판으로, 제목은 불태워 없애버린다는 ‘소각’의 뜻인 「슈르푸」이다.<자료3>
생명을 주는 것인 먹는 소금은 온 세상의 제의에 필요한 것이다.
저녁상에 올려 놓고 잔치상에 올려 놓는다.
당신이 사람의 입을 거룩하게 하고 깨끗이 한다.
악한 혀(말)는 밖에 나가 설 것이다.
– 마귀를 쫓는 주문 「슈르푸」 아홉 번째 토판 中
다음은 수메르보다 후대에 발생한 종교의 경전에서 소금에 대해 언급한 구절이다.
네가 바치는 모든 곡식제물에는 소금을 넣어야 한다.
네가 바치는 곡식제물에는 네 하나님과 언약을 세울 때에 넣는 그 소금을 빼놓지 말아라.
네가 바치는 모든 제물에는 소금을 넣도록 하여라.
– 레위기 2장 13절
제물이 소금으로 정결하게 되듯이 모든 사람은 불로 정결하게 되어야 한다.
– 마가복음 9장 49절
너는 향을 제조하는 법을 따라서 잘 섞은 다음에,
소금을 쳐서 깨끗하고 거룩하게 하여라.
– 출애굽기 30장 35절
소금이 모든 제의에 필요하며, 정화의 의미를 갖는 것까지 슈르푸의 주문과 상당히 유사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다만 가톨릭에서 순수히 정화의 의미로만 소금을 첨가하는 것은 아니다. 가톨릭 용어사전에서는 성수란 ‘물이 변하지 않도록 소금을 조금 넣어 사제가 축성한 물’이라며 소금 첨가가 ‘부패 방지’ 목적임을 명시하였다. 소금이 정화를 상징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의 속성 때문인 것을 보면, 소금 첨가의 실질적 이유는 부패 방지에 있음을 알 수 있다.
▣ 신의 이름을 빌린 기도문
수메르 구마 의식의 특징은 반드시 엔키의 주문을 읽고 엔키의 기도문으로 악한 마귀를 퇴치한다는 것이다. 주문을 낭송하는 구마사제는 자신의 권능이 엔키의 것이라고 그 권위를 밝힌 후, 마귀가 병자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주문을 읽는다. 다음은 그러한 특징을 보여주는 예시로, 악한 귀신을 쫓는 기도문 중 하나인 「악한 우둑 귀신」 점토판의 내용이다.<자료4> 우둑 귀신은 특정 귀신이 아니라 온갖 귀신을 말한다.
나(구마사제)는 엔키의 사람이다.
나는 담갈눈나(엔키의 아내)의 사람이다.
나는 그의 사자이다.
그 사람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위대한 주 엔키가 나를 그에게 보냈다.
그의 거룩한 주문이 내 주문이 되었고
그의 거룩한 입이 내 입이 되었다.
그의 거룩한 주술이 내 주술이 되었고
그의 거룩한 기도가 내 기도가 되었다.
엔키가 말한 주문으로 이 악한 것들을 뽑아버릴 것이다.
-「악한 우둑 귀신」 세 번째 토판 中
이와 같이 신의 권위를 밝히고, 자신이 신의 대리인임을 밝히며 주문을 시작하는 것은 후대 종교의 경전과 구마 주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울이 심히 괴로워하여 돌이켜 그 귀신에게 이르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내가 네게 명하노니
그에게서 나오라 하니 귀신이 즉시 나오니라
– 사도행전 16장 18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네게 명한다.
사탄아 물러가라
교회의 신앙과 기도로 명하노니 멀리 떠나가라
거룩한 십자가의 권능으로 명하노니 도망쳐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물러가라
주님의 이름으로 명하오니 악마야 물러가라
– 가톨릭 교회 「구마 예식서」 기도문 中
▣ 악마를 ‘쫓아내는’ 의식
구마는 축사, 퇴마, 엑소시즘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나라나 종교마다 부르는 명칭은 다 다르지만 이 단어들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쫓아내기만 한다는 것이다. 구마는 한자로 내쫓을 구(驅), 마귀 마(魔)자를 써서 마귀를 내쫓는다는 뜻이고, 기독교에서 부르는 축사는 쫓을 축(逐), 사악할 사(邪)자를 써서 사악함을 쫓는다는 뜻, 퇴마는 물러날 퇴(退), 마귀 마(魔)자를 써서 마귀를 물러나게 한다는 뜻이다. 영어 엑소시즘(exorcism)은 그리스어 엑소키스모스(ἐξορκισμός)에서 유래된 말로, 글자대로는 ‘맹세에 의한 구속’이며 어원을 살펴보면 ‘밖으로 나가겠다고 맹세를 받아내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몸속 악령에게 다시는 사람을 괴롭히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아내는 방법으로 구마 의식을 했기 때문이다.
구마 기도문의 내용을 보아도 대부분 악마를 쫓아내고 떠나게 하는 정도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관점에 유의하여, 앞서 소개했던 ‘신의 권능을 빌린 기도문’의 예시들을 다시 보자. 그러한 특징들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수메르 시대의 구마 기도문에 이미 있었다.
악한 귀신들이 내 몸에 가까이 오지 말라.
내 뒤를 따라오지 말라. 내 집에 들어오지 말라.
내 집 지붕으로 넘나들지 말라.
내가 거주하는 집에 몰래 들어오지 말라.
(중략)
큰 신들에 목숨을 걸고 맹세한다.
너는 떠나가 버릴 것이다.
-「악한 우둑 귀신」 세 번째, 다섯 번째 토판 中
▣ 현대 구마 활동의 근황
구마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구마사제를 양성하는 단체가 있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본부인 교황청은 2008년부터 공식적으로 수백 명의 구마사제를 양성하겠다고 발표하였으며, 교황청 산하 대학들은 구마 의식에 대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심지어는 2014년 6월 ‘국제 구마사제 협회’ <자료5>를 가톨릭 공식 기구로 인정했다.
가톨릭 교회의 수장 프란치스코는 전임 수장들에 비해 악마의 존재와 구마 의식을 자주 언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4년 4월 마르타의 집 성당에서 집전한 아침 미사 강론에서 “악마는 21세기에도 존재합니다. 우리는 너무 순진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복음에서 악마를 물리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라고 했으며, 2017년에는 고해 사제들에게 필요시 구마사에 도움을 청하라고 권고하였다. 교황으로 즉위한 2013년에는 직접 구마를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어 이슈가 되기도 했다.<자료6>
가톨릭의 구마 의식 방법은 교황청에서 펴낸 <구마 예식서>에 명시돼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한 채 진행하기 때문에 구마의식 과정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마귀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내용이 공개된 사건이 있었는데, 일명 ‘아넬리제 미헬 과실치사 사건’이다.<자료7>
1976년, 독일 바이에른에서 구마 의식을 받던 여성이 사망했고, 이에 재판이 열리면서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아넬리제 미헬은 구마 의식을 받기 전 이미 5년여 동안 간질성 정신병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었다. 미헬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고, 환각과 환청, 우울증에 괴로워하던 그녀는 혹시 자신의 몸에 지금 악마가 들어온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꾸준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자 미헬의 부모는 1973년 가톨릭 교회의 구마사제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에른스트 알트 신부는 그녀가 간질 환자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미헬이 악마에게 고통받는다고 믿었고, 1975년 9월 24일, 알트 신부를 포함한 두 명의 사제가 구마 의식을 진행했다. 구마를 받으면서부터 미헬의 가족은 의사와의 상담을 중단했고, 죽기 전까지 총 67번의 구마 의식을 받았다. 그러나 기아 상태로 10개월에 걸쳐 구마 의식을 당한 아넬리제 미헬은 1976년 7월 1일, 결국 영양실조와 탈수로 사망하고 만다.
이에 검찰은 아넬리제 미헬의 부모와 에른스트 알트 신부, 아르놀트 렌츠 신부<자료8>를 미헬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죄목으로 고소하였고, 피고의 변호인이 구마 의식 당시 상황을 녹음한 테이프를 법정에서 재생하며 이 사건이 대중에 공개되었다. 그들은 그녀가 죽기 바로 전에 구마 의식을 통해 비로소 악마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워졌다고 진술하기도 했지만, 법정은 이들에게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3년 및 벌금형을 선고한다. 한편, 미헬의 무덤은 가톨릭 순례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자료9>
최근 세계 각국에서 구마 의식 요청이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전염병 코로나19 때문이다. 지난 10월 25일, 이탈리아의 구마사제 마테오 로지오 신부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악마나 사악한 존재가 삶을 빼앗아 갔다’는 생각에 더 쉽게 빠지게 되어 구마에 대한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10월 바티칸에서 열린 제15회 정기 엑소시즘 회의에서 가톨릭 교회는 뜻밖의 결정을 한다.
약 400여 명의 엑소시스트 및 관련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제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구마 의식을 하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한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스페인의 구마사제 미구엘 마틴 신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코로나 환자에게 구마 의식을 행하지 말라고 했다.”며 코로나19 관련 구마 의식을 금지한 사실을 알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가 유행하자 성당 입구의 성수가 금지되었다. 이에 성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소독제를 놓는 곳이 생겨났다. 한 네티즌은 소독제가 놓여진 성수대 사진과 함께 “성수가 시의적절하게 바뀌었다”는 트윗을 올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다.<자료10> 물론 전염병에 걸리지 않으려는 노력이었을 것이다. 다만 소독제가 놓여진 빈 성수대 위에 붙은 이 기도문이 무색할 뿐이다.
“주님, 이 성수로 저의 죄를 씻어주시
마귀를 몰아내시며 악의 유혹을 물리쳐 주소서.
모든 악에서 보호하시어 깨끗한 마음으로 주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아멘.”
– 성수 기도문
수메르의 열병 악마 ‘파주주’
■ 영화 엑소시스트 속 ‘악마를 상징하는 석상’
영화 엑소시스트는 이라크 북부 사막의 고분에서 이상한 조각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발견한 사람은 작중 구마사제인 노신부 메린. 이윽고 그는 그 조각의 전체 모습인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석상을 마주치고, 악마를 상징하는 그 석상에 노신부는 불안해한다. 영화의 후반, 구마 의식이 절정에 달했을 때 그 석상은 한 번 더 등장한다. 메린은 구마에 실패하고 악마에게 죽임을 당한다.
■ 수메르의 열병 악마 ‘파주주’
영화 속 악마는 수메르의 대표적인 악마 ’파주주‘이다. 파주주는 아라비아 사막에서 불어닥치는 무더운 열풍으로 비유되며, 온갖 병을 일으키는 역신(疫神)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사람들은 오히려 파주주의 얼굴이나 청동 소상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 첫째는 파주주의 노여움을 피하기 위해서였고 둘째는 잡귀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파주주는 악령의 왕으로 마왕같은 존재였고, 파주주를 두려워하는 잡귀들은 그에게 가까이 하지 않는다고 믿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