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화산 폭발, 산사태 … 재난에 휩싸인 나라들
칠레 산불, 삽시간에 민가로 퍼져
남미 칠레 중부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초대형 산불로 인해 다수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다.
2월 4일(현지 시각), 칠레 대통령실과 국가재난예방대응청에 따르면 지난 2월 2일 중부 발파라이소주(州) 페뉴엘라 호수 보호구역 인근에서 산불 신고가 접수됐다. 불길은 건조한 날씨 속에 고온과 강풍 등의 영향으로 삽시간에 주변으로 번져 민가를 덮쳤다.
지금까지 산불로 폐허가 된 칠레의 국토 면적은 110㎢에 달하며, 주택 3000~6000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빈민가가 몰린 난개발 지역에서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채의 주택이 파괴된 비냐델마르 외곽 산비탈 마을의 경우 비좁은 도로 등의 문제로 소방대원 진입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 공식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산불 피해자 수는 2월 5일 기준 사망자 122명, 실종자는 100명 안팎으로 보고 있다. 보리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메시지에서 525명의 사망자를 낸 2010년 2월의 규모 8.8 대지진과 쓰나미를 언급하며 이번 산불이 “의심할 여지 없이 2010년 참사 이후 가장 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화산 폭발로 관광객들까지 대피
아이슬란드 남서부에서는 또다시 화산이 폭발했다. 2021년 이후 여섯 번째, 작년 12월 이후로는 세 번째다.
로이터통신과 불름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8일(현지 시각) 아이슬란드 레이캬네스 반도에서 화산이 폭발했다. 아이슬란드 기상청은 웹사이트를 통해
“실린가르펠 북쪽에서 화산 분화가 시작됐다”며 “강력한 지진 활동이 5시 30분쯤 있었고 약 30분 후에 폭발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에는 어두운 하늘과 선명하게 대조되는 붉은 용암이 땅의 갈라진 틈에서 80m 높이까지 분수처럼 솟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당국은 용암이 3㎞ 길이의 균열을 따라 서쪽으로 흘러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흘러내린 용암으로 인해 수도관이 터지면서 레이캬네스반도 남쪽 지역 2만 8천여 명의 온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아이슬란드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학교, 유치원 등 공공기관들도 문을 닫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1월 14일 화산 폭발 때는 실린가르펠의 어촌 마을 그린다비크의 집 일부가 용암에 불타기도 했다. 그린다비크 주민 4천여 명이 지난해 말 대피한 이후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지역 화산 분화가 수십 년간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약해진 지반에 쏟아진 비가 원인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필리핀 산사태 사망자 수가 100명에 육박했다.
2월 17일(현지 시각) 일간 필리핀스타에 따르면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데오로주 재난 당국은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 수는 92명, 실종자 수는 3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2월 6일 필리핀 다바오데오로주 산악 지대 마사라 마을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당시 광부 수송용 60인승 버스 3대와 36인승 지프니 1대를 비롯해 인근 가옥을 덮쳤다.
이번 사고로 인근 주민 5,000명이 대피했으며, 필리핀 군은 군용기를 이용해 이재민들에게 구호 식량을 전달하고 있다. 당국은 최근 민다나오섬에 잇따라 발생한 지진으로 지반이 약해진 데다가 수주째 폭우가 지속돼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