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Novel)의 유언(遺言)
지난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올랐다가 무산된 바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슬람교도인 노르웨이의 자유당 소속 아비드 라야 의원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까지 가톨릭 교황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 이유는 노벨상은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지고의 가치를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게 수여되는 상이기 때문이다.
1095년 11월 27일 가톨릭이 저질렀던 추악하고 잔인한 살육의 드라마를 역사는 기억하고 있다. “십자가를 앞세운 십자군들은 이교도 성인들을 커다란 솥에 넣어 삶아 죽였고, 아이들은 꼬챙이에 꿰어 불에 구워 죽였다. 예루살렘의 거리에는 사람의 머리나 팔다리가 산더미처럼 쌓였다.”라고 연대기에는 당시의 참상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약 600년 동안 자행되어 왔던 그들의 종교재판은 수많은 사람들을 비참하게 화형시켜 살해해 온 반인륜적인 흑역사였음은 이미 아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십자군 전쟁이 일어났던 같은 날 1895년 11월 27일. 알프레드 노벨은 세계 인류의 행복을 위해 가장 훌륭한 공헌을 한 사람이나 기관에 상이 주어지도록 하라는 유언장을 작성하였다. 이러한 목적으로 제정된 노벨평화상에 인류 역사를 피로 물들인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이 후보에 올라 그 수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전쟁의 주인공이 “평화”라는 이름으로 수여되는 상에 후보로 거론되는 것조차 사양할 줄 아는 상식선을 교황에게 기대해 보는 것은 무리일까? 노벨상으로 과거를 포장해 보려는 무의미한 애착이 기본적인 판단력마저 잃게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