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천국’

발행일 발행호수 2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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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은 그들의 역사에서 자행되어 왔던 전쟁과 폭력을 가리기 위해 요즘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이미지 부각에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다.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 프란치스코는 성경에 죄로 규정돼 있는 동성애의 포용을 논하기 시작하면서 발 빠르게 브라질을 방문하여 소수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그 후 지난달 26일에는 “개와 같은 동물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설교하여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발언은 소셜미디어에서 관심도 높은 소식으로 시선을 끌었고, 날로 증가하는 동물 애호가들은 이 같은 교황의 발언을 환영하고 나섰다.

그러나 신구약 성경 어디에도 동물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예수의 대리인이라고 자처하는 교황이 “개와 같은 동물도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한 이번 발언은 스스로 고수해야 할 교리의 근간조차 부정하는 것이다. 종교적인 포퓰리즘의 최고 이벤트를 연출하면서 결국은 자기 부정의 모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인간에게는 동물과 다른 존엄성이 있다. 욕망을 절제하며 숭고한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강렬한 화염 속으로 달려 들어가는 소방수가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는 이유가 그것이다. 가톨릭의 수녀로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일생을 봉사하고 희생하며 살았던 테레사가 존중받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일생을 헌신하는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신의 존재와 마음속의 빛을 찾을 수 없었다고 진솔하게 고백했던 테레사 수녀. 개와 같은 동물도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가톨릭 교황의 발언. 헌신으로 점철되었던 그녀의 일생에 대한 명쾌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항해의 목적지와 나침반을 잃은 배는 좌초하게 마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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