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나 속 숨은 과학

발행일 발행호수 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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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바삭한 추억의 과자 달고나를 기억하시나요? 달고나는 달고 맛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한 재미도 주는 과자였습니다. 일명 ‘뽑기’라고도 불리며, 달고나에 새겨진 모양을 완벽히 떼어내면 공짜로 하나 더 받는 재미도 있었고, 설탕을 녹여 직접 만들어 먹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설탕을 살살 저으면서 녹이다가, 다 녹으면 소다를 소량 넣고 적당히 부풀어 오를 때까지 계속 저어주는 겁니다. 이것을 부어서 굳히면 달고나가 완성됩니다. 간단해 보이는 달고나도 과학적인 원리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요. 설탕이 달고나가 되기까지 어떤 원리가 숨어있을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찾아 보겠습니다.

▲ 연탄불 위에서 달고나를 만드는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설탕이 녹으면 갈색이 돼요! = 캐러멜화 (Caramelization)

설탕을 녹이다 보면 하얀 설탕이 갈색으로 변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을 보고 간혹 설탕이 탄 것이라고 착각하기도 하는데요. 탄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숨은 과학의 정체는 바로 ‘캐러멜화 반응’입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그 캐러멜이 맞습니다. 캐러멜 팝콘을 떠올려 보세요. 그냥 단맛만 나는 것이 아니라 캐러멜 특유의 향과 맛이 있지 않나요? 설탕에 열을 가하면 두 개씩 결합되있던 당들이 분해되어 단당류가 되는데요. 이후 일종의 산화 과정들을 거치면서 캐러멜 색과 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 분자들이 생성됩니다. 이것을 당류의 ‘캐러멜화’라고 합니다.

▲ 온도에 따른 설탕의 캐러멜화. 온도가 높을수록 색과 향이 진하며 단맛이 줄어든다.
(출처: https://www.tasteofhome.com/)

설탕은 160℃부터 캐러멜화를 일으키는데요. 오래 끓일수록 온도가 높아져 색이 점점 진해지고 쓴맛이 나게 됩니다. 너무 오래 끓이면 캐러멜화를 넘어 진짜 타버리니 주의하세요! 달콤한 달고나를 원하신다면 낮은 온도로 천천히 녹여주시는 게 좋습니다.

소다를 넣으면 부풀어 올라요! = 소다의 열분해 반응

소다를 넣고 달고나가 부풀어 오르는 순간이 달고나 만들기의 백미가 아닐까 싶은데요. 여기에 숨은 과학은 무엇일까요? 바로 ‘소다의 열분해 반응’입니다. 말 그대로 소다가 열을 받아
분해되는 반응이에요. 분해되면 생기는 물질로는 탄산나트륨과 물, 이산화탄소가 있는데요. 이 중 기체인 이산화탄소가 날아가려고 하면서 달고나가 부푸는 것입니다. 이는 ​베이킹 소다를 넣은 빵 반죽이 오븐 속에서 부풀어 오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여기서 잠깐 소다의 정식 명칭과 여러 가지 동의어를 짚어보겠습니다. 먹는 재료이기 때문에 꼼꼼한 확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편하게 ‘소다’로 줄여서 부르곤 하지만, 사실 ‘소다’라고만 하면 요즘 천연세제로 자주 쓰이는 탄산소다, 즉 탄산나트륨(Na2CO3)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달고나를 만들 때 사용하는 소다는 식(食)소다 또는 식용 소다 또는 베이킹 소다라고 부릅니다. 정식 명칭은 ‘탄산수소나트륨(NaHCO3)’인데요. 기타 동의어들도 함께 정리해보자면 ‘식소다 = 베이킹 소다 = 탄산수소나트륨 = 중탄산나트륨 = 중탄산소다 = 중조’ 모두 같은 말입니다.

참고로 ‘베이킹 파우더’는 베이킹 소다를 포함하여 산성염, 녹말 등 기타 성분과 함께 제빵에 더욱 알맞게 배합된 가루입니다. 달고나를 만들 때 사용하셔도 무방하나 식감이 조금 다르다고 합니다. ‘청소용 베이킹 소다’는 달고나에 사용하시면 안됩니다. 제품 뒤를 보시면 식용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주의 문구를 볼 수 있습니다. 성분은 같지만 제조, 정제, 운송, 보관 과정 등에서 식용과 차이나기 때문입니다.

달고나 커피도 알아보자 = 비누 거품과 같은 원리라고?

▲ 달고나 커피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올해 많은 이들의 팔을 혹사시킨 커피가 있습니다. 바로 달고나 커피입니다. 400번 이상 저
어야 만들어지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 무료한 집콕 생활을 달래는 방법으로 주목받았죠. 인스턴트 믹스 커피(커피+설탕)에 따듯한 물을 넣고 저어주면, 점성이 생기고 부풀어 오르며 마치 소다를 넣은 달고나처럼 변하는데요. 어떻게 아무것도 넣지 않았는데 달고나처럼 되는 걸까요?

달고나 같은 색이 나는 것은 커피의 ‘멜라노이딘(Melanoidin)’이라는 색소 때문입니다. 멜라노이딘은 커피를 볶으며 생긴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의 결과물입니다. 마이야르 반응도 캐러맬화처럼 고온에서 일어나는 갈변 반응인데요. 당과 함께 아미노산(단백질의 구성
단위)도 있어야 일어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달고나 커피가 신기한 점은 아무것도 넣지 않았는데 부푼다는 것입니다. 기체가 들어가 부푼다는 점은 달고나와 같지만, 이번엔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일반 공기입니다. 공기가 어쩌다 달고나 커피 속에 갇히게 되었을까요?

그 비밀은 커피의 단백질에 있습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미노산 중에서 친수성 아미노산은 물과 잘 결합하고 소수성 아미노산은 공기와 결합합니다. 일반적으로 액체와 기체는 섞일 수 없지만, 양쪽 모두와 결합할 수 있는 단백질 덕분에 액체인 커피 사이에 공기가 갇힐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는 비누 같은 계면활성제가 거품을 만들어내는 원리와 같습니다. 이로써 400번 이상 저어야 하는 비밀도 풀렸네요. 공기를 섞어주어 부풀게 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이때 설탕은 점성을 높여주어 거품이 쉽게 터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 로스팅 전과 후의 원두.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 갈색 색소가 생겼다.
(출처: https://www.tradekorea.com/)

지금까지 달고나 속 숨은 과학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그저 신기한 현상으로 여겨도 그만이지만, 알고 나니 무언가 통쾌하지 않나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면 더욱 재밌는 과학의 묘미를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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