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심리학! <더닝-크루거 효과>

발행일 발행호수 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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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닝-크루거 효과>

■ 복면을 쓰지 않은 은행 강도

▲ CCTV에 찍힌 은행 강도범 ’맥아더 휠러‘씨
(출처: https://www.gemlearning.com/single-post/2018/04/11/one-simple-secret-to-solving-difficult-problems)

1995년 어느 날의 미국 피츠버그, 덩치 큰 중년 남자가 백주 대낮에 은행 두 곳을 털었습니다. 복면을 쓰거나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로요. 심지어 그는 CCTV를 보고 씨익 웃으며 유유히 걸어 나옵니다. 그의 이름은 맥아더 휠러(McArthur Wheeler). 당연하게도 그는 1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이 CCTV 화면을 보여주자 휠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나는 얼굴에 레몬주스를 발랐는데…”

▲ 레몬주스로 글씨를 쓰고 가열한 모습
(출처: https://littlekidsbusiness.com.au/invisible- ink-experiment/)

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레몬주스로 글씨를 쓰면 투명해서 보이지 않지만 가열하면 글자가 보이게 되는 현상이 있는데요. 일명 ‘투명 잉크’라고 하죠. 그는 레몬주스를 바르면 자신의 얼굴이 투명해져 카메라에 찍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정신 상태를 의심한 경찰은 다각도로 그를 검사했지만 사고능력과 정신 모두 정상이었고 약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저 자신의 얕은 지식을 과대평가하고, 검증 한번 해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 더닝-크루거 효과란?

위 일화는 코넬 대학의 사회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의 귀에 들어갔고, 그는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와 함께 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코넬 대학교 학부생을 대상으로 유머, 문법, 논리력 등의 테스트를 하고는 본인의 예상 등수를 예측하게 했습니다. 실험결과, 점수가 낮은 피험자일수록 실제 성적에 비해 등수 기대치(자신감)가 높았고 높은 성적을 받은 피험자들은 그 반대 경향을 보였습니다.

1999년 이 연구가 발표된 이후, 호주, 독일, 브라질 등 34개국이 실시한 수학실력 조사에서도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는 때가 많았다’는 결과가 나타났고, 언론은 이를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명명했습니다.

요약하자면 ‘더닝-크루거 효과’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현상’인 것입니다.

■ 더닝-크루거 효과 그래프

더닝-크루거 효과의 실험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더닝-크루거 효과 그래프 (출처: 퍼블릭뉴스)

지혜(wisdom)가 부족한 상태에서 오히려 자신감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무지하며 자신감이 가장 높은 상태를 ‘우매함의 봉우리’라고 부릅니다. 지식과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의 무지를 인지하며 자신감이 하락하는데, 자신감이 가장 낮은 지점을 ‘절망의 계곡’이라 합니다. 자신의 앎과 모름을 구분해가며 깨달음의 오르막을 오르게 되고, 객관화된 평가로 자신감이 다시 높아지는 지점은 ‘지속가능성의 고원’이라고 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지식과 경험이 쌓임에 따라 아무것도 몰랐다가, 모두 아는 것 같다가, 모두 모르는 것 같다가, 많이 알지만 모두 알진 못한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는 겁니다.

■ 더닝-크루거 효과에서 벗어나기

휠러 씨의 이야기는 너무나 극단적이라 우습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가벼운 착각부터 큰 판단 실수까지 더닝-크루거 효과의 예시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나 시험공부 다 했어!’라고 말하는 성적 낮은 학생. ‘나 망했어’라고 말하는 성적 높은 학생. 본인이 당선될 것이라고 믿는 지지율 낮은 후보, 본인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무능한 상사, 본인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무능한 부하 직원 등이 그렇습니다.

정신의학신문에서는 더닝-크루거 효과를 소개하며 ‘잘못된 선택을 하고도 결함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이란 부제를 달고, ‘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독단적인 선택을 하며, 잘못된 판단이어도 수정할 능력이 미미하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더닝-크루거 효과는 무지한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 경향입니다. 따라서 나도 더닝-크루거 효과에 사로잡혀 판단이 흐려지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경계하며 점검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에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만 있다면 더닝-크루거 효과에 빠지기 쉽습니다. 다양한 시각의 정보를 수집하고, 타인의 조언을 경청하는 것, 또 편안한 상태에서 토론을 하거나 의견을 나누는 것도 더닝-크루거 효과에서 벗어나는 좋은 방법입니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무지는 지식보다 더 확신을 가지게 한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자신감이 곧 무지라는 말이 아닙니다. 더닝-크루거 효과로 표현하자면 ‘우매함의 봉우리’의 자신감을 지양하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자신감은 노력과 경험이 뒷받침 된 ‘근거 있는 자신감’입니다.

반대로 자신에 대한 과소평가로 절망의 계곡에 계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부디 더 지체하지 마시고 그곳에서 빠져나오시길 바랍니다. 절망의 계곡까지 오셨다면 당신은 충분히 능력이 있으며, 잘 해오고 계신 겁니다. 당신의 노력과 경험은 곧 깨달음의 오르막을 거쳐 지속가능성의 고원으로 인도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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